“우리가 대포밥이냐”… ‘핵무력’ 언급한 김여정 담화 되레 ‘역효과’

노동신문 본 주민들 “전쟁은 수십 년째 듣는 빈말 뿐” 비난 목소리…진부한 사상교양 동력 잃어가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사진=조선중앙통신

남측을 상대로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이후 내부 주민들 속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김여정 담화는 노동신문에 실렸는데, 이를 본 주민들은 “전쟁은 수십 년째 듣는 빈말뿐”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신문을 통해 김여정의 담화를 접한 주민들은 ‘진짜 하지도 못하는 전쟁 엄포, 말 전쟁 폭탄을 몇십 년째 쓰는가’라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번 담화를 내부 주민들에게도 공개해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려 대북 제재,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 결속을 이끌어내려 했으나 내부 분위기는 의도와는 다르게 흐르고 있고 도리어 역효과만 내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노동신문 담화 내용을 보고 적개심에 불타는 사람들은 우리 기업소나 인민반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서 “사람들은 ‘핵전쟁 나면 다 죽는 것 아니냐’, ‘여자가 간도 크다’. ‘우리가 대포밥이냐’고 혀를 차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협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또 주민들은 가정에서도 ‘지금 허리띠를 더 조이자고 교양하는데 핵전쟁 일어나면 너도나도 다 죽는 것 아니냐’, ‘죄가 없는 인민들만 죽어 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소식통은 “독보(아침 신문 읽어주는 시간) 때 교양 사업을 해도 지방 간부들은 통하는 사람들끼리 ‘대를 이어 못 먹고 못 살게 만드는 핵 무장력 완수가 지긋지긋하다’, ‘고난의 행군 때부터 핵무기만 가지면 누구나 다 잘사는 강성국가를 만든다더니 핵보유국이 됐다면서도 끝없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 장마당 일부 장사꾼들 속에서는 ‘고난의 행군에 고난의 행군을 거듭하면서 강성 부흥 국가를 본다길래 국가가 하라는 대로 따라온 결과 핵전쟁을 하겠다고 한다’, ‘말로만 전쟁한다고 하지 말고 차라리 전쟁이 진짜 일어나면 좋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국, 미국과의 대결전을 언급하며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는 북한의 고전적인 벼랑 끝 전술에 오히려 내부 주민들이 더 쓴소리를 퍼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전쟁 분위기 고조를 통한 북한의 진부한 주민 사상 교양은 점점 동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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