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연유(燃油) 가격 가파른 상승세…요동치는 북한 민심

평양 경유 가격 올 초보다 2배 이상 '껑충'...소식통 "주민들, '선물 정치' 비난"

지난 2018년 평양으로 가는 길 어느 한 마을에 열린 비공식 ‘메뚜기장’. 수십 명의 주민들이 물건을 매매하기 위해 빼곡이 서 있다. /사진=아이디 龙五*狼之吻 중국 블로거 제공

최근 북한의 주요 시장 물가가 상승했다. 곡물, 연유(燃油, 휘발유나 디젤유), 환율 등 인민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민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정기 물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시장 거래 품목 중 물가상승률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품목은 단연 연유다.

지난 4일 북한 내 휘발유 가격은 1kg당 평양 1만 3200원, 신의주 1만 2700원, 혜산 1만 2500원으로 조사됐다.

올 초(1월 11일) 북한 휘발유 가격이 평양 6680원, 신의주 6970원, 혜산 7440원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68~98%나 급등한 것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가격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 4일 기준 경유는 1kg당 평양 9600원, 신의주 9450원, 혜산 9500원에 거래돼 올 초(1월 11일)보다 92~116%가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평양의 경유 가격은 올 초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연유 가격 폭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에서는 국제적 흐름보다 훨씬 가파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각국의 유가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시스 닷컴(GlobalPetrolPrices.com)’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9.381위안(북한 원화 약 7646원), 경유는 8.433위안(북한 원화 약 6873원)이었다.

운송료 및 무역·유통 마진을 감안하더라도 북한 시장의 연유 가격 상승폭이 큰 셈이다.

북한 유류 가격의 가파른 상승 배경에는 당국의 유류 판매 통제 조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지난달 북한 검찰소조가 개인이 연유를 판매하지 않도록 집중 단속에 돌입했으며, 개인이 시장에서 유류를 판매하다 발각될 경우 소유한 연유를 전액 몰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개인 연유 장사꾼 소탕전가택 수사에 기름도 무상 몰수)

이는 국제유가 상승과 북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유류 수입 부담이 커지자 국가 또는 기관을 중심으로 유류를 우선 조달하기 위한 공급 관리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일 북한 시장에서 쌀 1kg은 평양 5100원, 신의주 5300원, 혜산 54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부터 줄곧 4천 원대를 기록했던 평양 쌀 가격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천 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11일 쌀 가격이 평양 4500원, 신의주 4600원, 혜산 47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15%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 상승세는 쌀보다 가파르다. 4일 옥수수(1kg) 가격은 평양 2730원, 신의주 2700원에 판매됐다. 올 초보다 25% 가량 오른 셈이다.

이렇게 북한 시장 물가 상승이 계속되자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간부 및 주민(평양시 중심)들에게 돼지고기와 달걀 등 식료품은 물론 생선과 과일·채소 등 특별선물을 지급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같은 식량을 중심으로 공급을 했어야 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이런 선물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고 한다.

국경 지역의 주민 소식통은 “올해부터 화물 빵통(열차)에 쌀이며 밀가루며 꽝꽝(가득) 들여왔다는데 우리한테는 돌아오는 게 전혀 없다”며 “개학(4·1)을 맞아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교복을 지급했는데, 이런 걸로 당장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