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틈새 파고들며 ‘레드라인’ 밟는 北…그 속내는?

소식통 "미국 자극하면서도 자위적 국방력 강화 기회로 판단...내부 사상 교육도 집중"

북한은 지난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 촬영을 진행하여 고분해능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정확성을 확증했다”고 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일주일 새 두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에서 대북 문제를 상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에 주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8일 데일리NK 내부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북한의 대외정책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 관련 이슈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 전략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소식통은 ‘올해 들어 미사일 발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이유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월 5일 자강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올해 들어서만 아홉 차례나 무력 도발에 나섰다.

지난 5일에는 ‘정찰위성 시험(실험)’을 명목으로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달 27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한 이후 엿새 만에 무력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3월 5일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 시험을 진행하였다”며 “시험을 통해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 지령 체계와 여러가지 지상위성 관제 체계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탄두부의 재진입체만 교체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즉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자극해 반응을 끌어내면서도 레드라인(한계선)을 무력화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나름의 틈새 공략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대북 제재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1월 10일과 20일에 이어 지난달 4일과 28일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미중 갈등과 함께 미러 갈등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가시화되자 유엔 안보리가 추가 대북 제재안을 채택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내부에선 국방력 강화의 중요성에 대한 선전 기류가 지속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 핵무력을 통해 군력을 강화해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이후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대한 강조가 많아졌다”며 “총창 우(위)에 평화가 있다는 걸 우크라이나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는 7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비공개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안보리 차원의 언론성명 채택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