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평양의 고급주거단지와 일반 북한 주민의 겨울밤

북한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이 12일 진행됐다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우리 당이 연속적으로 과감하게 전개하는 살림집 건설은 이 땅위에 인민의 존엄과 행복이 전면적으로 꽃피는 부흥강국의 새 세상을 당겨오기 위함에 모든 것을 복종 지향시키는 위대한 당 중앙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념과 완강한 실천력의 뚜렷한 과시”라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김정은은 북한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해 왔던 속도전과 품질·안전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품질문제는 김정은에게 오랜 불만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김정은은 건설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건설부문 일꾼 대강습’을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설계, 시공, 품질, 환경 등 건설과정의 정상화를 통해 건설부분의 도약을 기대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거단지 건설에 여념이 없다. 수 만 가구의 주택단지를 건설하여 인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주거공급일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일부 계층에게 돌아갈 평양의 고급주거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요건을 의(衣), 식(食), 주(住)로 이야기하곤 한다. 먼저 입는 것에 대해 말하면, 우리 인류가 자연에 노출되어 살던 시대를 제외하고는 현재 입는 문제에서는 탈피했다. 그러나 먹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식량은 지역 여건과 환경 그리고 경제 사정에 따라 불공평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의 삶의 터전이라는 주거 문제는 어떠한가?

주거환경은 국가나 개인의 경제력과 직결되어 있다. 주거 문제는 식량이나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처럼 열악한 지역에 쉽게 공급하거나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거 문제는 해당 지역의 주민 스스로, 또는 정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사회주의 국가의 성격상 자기가 사는 집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지 못했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가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의 무주택자나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들이 북한의 이런 주택정책에 대해 귀가 솔깃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6.25전쟁의 끝나던 1953년 제로그라운드에 가까운 폐허 속에서 전후복구 사업을 일으켰다. 김태우의 ‘폭격’에 따르면 미군 폭격기의 소이탄과 융단폭격으로 북한의 주요 도시와 마을이 초토화 되었다고 한다. 이때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포함한 수많은 건축물과 산업시설물이 파괴되었다고 하니 주택문제는 원점부터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1993년까지 즉, 김일성의 생존기간에 공급된 물량이 지금까지 건설된 물량의 90%에 육박한다. 그 이후 주택공급이 저조한 이유는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아직도 60~70%에 머물러 있다. 남한의 주택보급률 104%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북한의 주택 대부분이 1950~1990년대에 공급된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택 수와 성능 면에서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일 것이다. 최소 30~70년 된 주택의 수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결론이다.

남한의 경우 30년만 경과해도 재건축의 요건이 성립되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주택은 주민들의 삶의 질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평양 등 일부 특권층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하면 현재 북한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수십 년째 방치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는 남한과 같이 전력이나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주민들의 겨우살이는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주거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난방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주택은 그 기능이 상실된 것이다.

또한 단열재 적용이 거의되지 않은 북한 주택에서의 겨울밤 추위는 매우 혹독할 것이다. 주택의 기능에 맞는 단열재 등의 건축자재는 관련 산업이 발달해 있어야 공급이 가능하지만,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에서는 건축 관련 산업이 발달하기가 어렵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고, 소비자의 욕구가 산업을 움직이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주도의 산업은 시장과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인민들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은 석탄과 같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난방용 연료가 부족하여 추위에 떨어야 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일 관련산업이 조금만 능동적으로 작동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국가가 모든 산업을 관장하고 소비자의 욕구보다는 정치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겨울철 추위와 열악한 주거환경 문제로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를 복원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논의와 함께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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