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미 갈등 격화’ 전략적 판단으로 발사 시간표 앞당겨”

소식통 "당초 ‘1월 5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 계획 없었다"...'외교 이슈로 내부 문제 해결' 의도

김정은, 김여정, 국방과학원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 다섯 번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전략적으로 미사일 발사 시간표를 앞당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당국은 25일 오전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아올렸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데 이어 11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다. 

또한 14일과 17일에는 각각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 KN-24를 2발씩 발사했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발사 간격을 줄이면서 20일 동안 다섯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건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북한 문제를 상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전언이다. 

26일 데일리NK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해 연말까지만해도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짧은 시일 내에 집중 시험(실험)한다는 계획은 없었다.  

즉,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올 연말까지 국가기념일에 맞춰 발사한다는 일정표만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 부문의 시험을 국가 명절에 맞춰 시행해야한다는 관념을 버려야한다’며 ‘필요에 따라 언제든, 어떤 종류든 시험할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 당국의 집중적인 미사일 도발 이면에는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고, 대결이든 대화든 외교 이슈로 국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중 목적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면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것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문제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은 북한이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지난 12일 독자 제재를 가하고 20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이 보류를 요청하면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조용한 행보보다는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고위 인사의 직접 발언으로 북한 문제가 좀 더 첨예화되길 원한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소식통은 “봉쇄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당장 국경을 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제(미국)와의 갈등이 격화돼야 기존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