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 불법 침범 中 선원 3명 사살”…관계 균열 생기나?

소식통 "中 선원들, 철산군 섬 도착 직후 사살돼...北관할 부대 자체 결정"

연평도 인근 북측 해역에서 중국어선들이 꽃게잡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태풍으로 인해 북한 영해에 불법 침입한 중국인 선원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 모두 이번 사태 진상 파악에 착수한 상태로 양측 모두 관계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3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 좡허(庄河)시에서 출발한 한 중국 선박이 꽃게를 잡기 위해 지난달 25일경 북한 평안북도 인근 바다로 향했다.

해당 선박은 모터보트의 일종으로 중국 어민들은 서해 북한 인근 해상에서 조업할 때 북한 경비정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이러한 선박을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선이 북한 해상에 도착할 즈음 6호 태풍 ‘인파’가 중국 동부 지역에서 북상하면서 랴오닝성과 북한 평안도 지방에도 강풍이 불기 시작했고, 조업을 개시하기도 전에 바람에 밀려 배가 평북 철산군의 한 섬에 다다르게 됐다.

철산군 인근 바다에는 가도, 대화도 등 섬들이 여럿있는데 이 중에 이들이 상륙한 섬이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이 북한 영토에 상륙한 것으로 보아 북한 경비정들이 해상에서 표류하는 중국 선박을 먼저 발견하고 사전 경고 방송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군인들은 중국인들이 철산군의 한 섬에 상륙한 후에야 이들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에서 내린 중국인 3명을 모두 사살했다.

북한 군인들이 상부에 이를 보고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기 전에 관할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8월 말 사회안전성 명의로 국경봉쇄선으로부터 1~2km 내에 설정한 완충지대에 허가없이 침입할 경우 예고없이 사격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하달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 9월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 이모 씨를 사살했을 때, 대외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해당 사건에 직접 관여한 해군 서해함대 8전대 소속 편대장과 정장에게 조선인민군 표창장을 내리기도 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김정은, ‘사과’ 후 ‘전투태세 강화’ 지시… “敵 침범시 엄중 처리”)

지난해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관련 군 간부들이 특별 표창을 받은 만큼 이번에도 북한 군인들이 불법 침입한 외국인들을 빠르게 총살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평안북도 철산군에는 서해 위성 발사장이라고 부르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위치해 있는 만큼 외부침입자에 대한 경계가 철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뒤늦게 사건을 파악한 중국 당국은 자체 경위 조사에 나섰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서해 조업을 8월부터 허가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점을 9월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에 대해 북중 양국이 어떤 협의나 의견 교환이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모종의 합의나 재발방지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미중, 북미 간 대립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이 밀착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우호관계 지속을 위해 양측 모두 해당 사건을 함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