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 송유관 공사 진행 중”…원유 공급 확충 준비?

[포토] 6월부터 단둥 송유기지서 관련 작업...전문가 "中, 송유관 공사 통해 美北에 각각 메시지 발신"

지난달 29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외곽에 위치한 단둥송유기지의 모습. 소식통은 “지난 6월부터 송유기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포착된 사진에는 송유관 가압시설 주변으로 공사장 가설펜스가 세워져 있으며 펜스 안쪽으로 파이프관, 포대, 굴착기 등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북중 간 밀착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 송유관 기지 건설 현장이 본지 카메라에 포착됐다. 중국이 벌써 대북 제재 완화를 염두하고 지원 확충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외곽에 있는 단둥송유기지에서 6월부터 송유관 관련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소식통이 촬영한 송유기지 내부 모습을 살펴보면, 송유관 가압 시설 옆으로 공사장 가설펜스가 설치돼 있고 그 안에 파이프관과 모래 포대 및 굴착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본지는 지난 6월 단동송유기지에서 송유관 교체를 위한 건설이 시작됐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나 기지 주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경비가 삼엄해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지난달  29일 드디어 기지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다.

단둥의 러우팡(樂房)진 바싼(八三) 유류저장소에서 시작되는 북중 송유관(중조우의송유관, 中朝友誼 輸油管)은 압록강 지하를 지나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 봉화화학공장까지 연결된다.

이 송유관은 1975년에 완공돼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송 도중 유출되는 기름의 양이 많고 원유의 질도 상당히 낮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때마다 중국이 경고 차원에서 대북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을 줄여왔고, 유엔 대북제재로 대북 유류 제재가 강화되면서 한 때 중국은 송유관이 막히지 않을 정도의 원유만 북한으로 보내왔기 때문에 송유관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유전의 원유는 파라핀계 탄화수소의 함량이 높아 낮은 기온에서 쉽게 응고되기 때문에 고온의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송유관이 막혀버리기 쉽다.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화성15호 시험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유류 공급을 제한한 대북제재 2375호와 2397호 채택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 송유관 밸브를 완전히 잠그지 못한 것은 원유 수송이 중단될 경우 송유관 기능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는 이유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29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단둥송유기지 내 공사장 주변에서 포착된 굴착기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더욱이 중국으로서는 대북 송유관이 북한을 달랠 수도, 때릴 수도 있는 수단인 데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이므로 송유관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다칭유전의 원유를 유류열차를 이용해 단둥송유기지로 운반한 후 송유관으로 북한에 송출하고 있어 유전에서 대북 송유기지로 운반된 원유량이 어느 정도인지 위성 등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철 경상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등에서 스냅백(합의 위반 시 제재 복원)을 포함시킨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제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대북 원유 공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이 대북 송유관 관련 건설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제재 완화 이후를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북 송유관 공사 자체를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확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북 전문가도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패권을 쥐고 싶어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행위를 경계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에 먼저 구멍을 내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중국에게 있어 대북 송유관이 갖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며 “북한에게는 송유관 공사 작업으로 언제든 북이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신뢰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미국에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중국이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연일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가역조항(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을 조속히 가동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