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소식통 “통신선 복원 우리가 제안”…군사행동 명분쌓기?

"南 영상회담 제안 거절하고 통신선 복원 역제의"…남북 간 긴장 조성해 내부 결속하려는 의도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10일)되자마자 북한이 기다렸다는 듯 연일 대남 비난전에 나서며 남북 간 정기통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을 먼저 제안했다는 북한 내부 고위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한 군사행동의 명분을 쌓기 위해 통신연락선 복원을 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11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남조선(남한)은 통신선 복원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조선은 북남(남북) 수뇌부가 전 세계 앞에 함께 협력하는 그림을 보여주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를 잘라내고 통신선부터 복원하자고 우리가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상 간 영상회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역으로 통신선 복원을 제의했는데, 우리 정부가 이에 동의하면서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가동됐다는 것이다.

앞서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 통신연락선의 전격 복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통일부는 “통신연락선 복원은 어느 일방이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라 양측이 서로 합의한 결과”라는 입장문을 통해 내용을 바로잡고 나섰다.

그러나 북한 내부 고위 간부는 북측이 통신연락선 복원을 먼저 제안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정부는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인 지난달 29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을 ‘공식적으로’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통신연락선 복원을 제안할 때부터 한미연합훈련 취소 요구로 우리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 처음부터 통신연락선 복원 대가로 한미연합훈련 취소 기대”)

북한은 우리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훈련 규모나 형식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중단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할 경우 이를 빌미로 군사행동에 나선다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시험연습 개시일인 10일 담화를 통해 “실제적인 억제력만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 가해지는 외부적 위협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서 사활적인 요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북한이 취할 군사행동의 수준과 형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기술 고도화 ▲핵무기 소형 경량화·전술무기화에 의한 전술핵무기 개발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의 고도화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개발사업의 추진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SLBM)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용 등 상당히 방대한 국방 과업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개최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지휘부 개편을 지시했고, 현재 이와 관련한 편제 작업이 완료돼 전략군을 중심으로 한 실전 훈련이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ICBM이나 SLBM 같은 장거리 미사일보다는 한국과 주한·주일 미군기지를 타격권으로 하는 중·단거리 무기를 중심으로 시험이나 개발, 실전 배치 및 훈련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내부 소식통의 주장이다.

또 북한은 군사행동뿐만 아니라 대남기구를 폐쇄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말까지 남북 대결 구도를 이어갈 계획으로 전해졌다. 남북 간 긴장 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극심한 경제난으로 혼란해진 내부를 결속시키겠다는 의도다.

통신연락선 복원 사실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면서 한미연합훈련 개시 소식이나 이에 대한 비난 담화는 조선중앙TV 등 내부 매체를 통해 내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대남 비난 담화에 대해 “북한 내부 사정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1월 8차 당대회 이후 여러 대회와 회의를 통해 ‘자력갱생’과 ‘사상투쟁’을 강조했음에도 한계에 다다르자 내부 통제를 위해 긴장 고조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국이라는 뒷배가 있어 대남·대미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은 “중국에서 이미 기름(휘발유·경유)를 받았고, 앞으로 가을쯤 식량 지원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에서 쌀이 들어올 때까지만 버티자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