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남측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경고성 담화문을 발표한 가운데,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처음부터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의 대가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기대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고위 간부들은 ‘통신연락선 복원은 남측 정부가 지난 3년간 이뤄진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며 그 시작은 연합훈련의 취소’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직후 “통신선 복원과 한미 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는 북한 내부 고위 간부들의 입장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셈이다.
1일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북남(남북) 수뇌(정상)들이 직접 두 손을 맞잡고 공동선언과 같은 사변적인 합의를 만들어 발표한 후에도 북남관계가 바라지 않던 곡절과 파동을 겪고 위기에로 치달았던 지난 3년 간의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내가 오늘 말하는 견해가 십분 리해(이해)될 것”이라며 파행의 책임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남측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조선(남한)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며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론(논)한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나 연기가 아니라 중단을 원한다고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군 내부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상당한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 내부 소식통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이후 코로나로 인해 군에서도 많은 병력이 관련 증상으로 격리되거나 사망했다”며 “병력 손실이 적지 않은 데다 올해들어 식량이 부족해 훈련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남조선이 미국과 합동으로 실시하는 군사 훈련은 사실 위협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핵개발로 국제사회를 지속 위협하고 있지만, 실전에 투입할 병력과 물자 부족으로 실제로는 군사적 열세에 있다는 점을 북한 군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해 12월 동기(冬期)훈련 시작 전 실시한 내부 조사에서 전체 병력의 35%가 코로나19 의심 증세와 영양실로 등으로 훈련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영양실조, 코로나 격리에…1군단 35%, 동기훈련 참가 못 하나)
이 소식통은 “우(위·당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남조선에서 벌어질 군사 훈련을 막으려 할 것”이라며 “남조선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북측이) 통신선 재개에 나선 것은 곧 예정돼 있는 미국과의 군사 훈련을 무마시키는 것 외에 무엇이 더 기대할 게 있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