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거주하는 중국 화교(華橋)들이 지난달 압록강 철교를 통해 중국으로 입국한 가운데, 북중 무역 재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들이 북한 당국에 중국으로의 귀환을 요청한 것이라는 전언이다.
대북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14일 신의주(평안북도)를 거쳐 단둥(丹東) 해관(세관)을 통해 입국한 화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곧 무역이 다시 열릴 것이라 믿고 조선(북한)에 남아있던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최근 국경 봉쇄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들이 귀향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경이 봉쇄된 후 화교들은 중국에서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송금을 받으면서 생계를 유지했지만 지속적으로 생활고를 호소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KBS도 지난달 북한에 거주하던 화교 150명이 중국으로 입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북한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화교들은 평안남와 황해도 등 각기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로, 귀국 희망자의 요청을 모아 당국이 이들을 한꺼번에 출국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에도 약 40여 명의 화교들을 압록강철교(조중우의교)를 통해 중국 단둥으로 귀국시킨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평양 거주 화교 40명, 中단둥서 포착… “경제난에 못 버티고 귀환”)
이후에도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각 지역에 거주하는 화교의 귀향을 몇 차례 승인했지만 당시만해도 상당수의 화교들은 국경 봉쇄가 해제되면 더 큰 무역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이 무역 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하고, 국경지역에 방탄벽과 고압선을 설치하는 등 오히려 국경 통제를 더 강화하면서 이들이 무역 재개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중국 귀환을 결정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지난해 북한 당국이 화교들의 출국을 승인하기 전까지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는 3000명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1000여 명의 화교가 중국으로 귀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교들은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 공민증을 소지하고 있어 북한 내에서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과 중국을 자유롭게 오가며 무역에 참여했으며, 북한 당국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후 화교들의 무역 활동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화교들의 불만이 커지자 북한 당국은 화교를 위한 특별 지원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화교들은 조중(북중) 두 나라 사이의 우의를 계승하고 전통적으로 빛내가는데 중요한 보배들”이라며 “화교들의 사업 규정을 최대한 완화해주고 생활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라”는 내용이 담긴 1호 방침을 각 도(道)당 위원회에 하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화교 우대 조치는 중국과의 우호관계 및 교류·지원을 염두한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의 화교 지원 조치에도 불구하고 화교들의 실질적 생활고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들이 지속해서 귀환을 요청하면서 북한 당국이 화교들의 출국을 승인한 것이다.
한편, 화교들이 대거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외부와의 소통 채널이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내 화교들은 국제전화 소지를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사람들로 이들이 다른 나라의 뉴스나 정보를 북한 내부로 유입·유통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국경 봉쇄가 길어질수록 조선 내부와 연락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화교들까지 조선을 떠나버리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더 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