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별명령 비현실적” 발언 815훈련소 후방사령관 ‘총살’

쌀 공급 약속 못 지킨 김정은, 간부 처벌로 시선 돌리기?...소식통 "향후 피바람 불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6월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간부들을 질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식량 공급이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명령서’을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했다는 죄로 군 고위 간부를 처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815훈련소 후방사령관(소장)이 ‘군량미 풀어 전민 배급’이 명시된 특별명령서를 ‘현실을 모르고 내린 명령’으로 비방·중상했다면서 지난 18일 군사재판을 통해 총살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군 부서장급 이상에게만 하달되는 ‘통보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22일 전군에 하달된 이 자료에 ‘준엄한 심판’을 받은 사례가 낱낱이 명시됐다는 뜻이다.

자료는 일단 815훈련소 후방사령관이 당(黨)에서 특별명령서를 하달한 뒤 무엄하게도 “지금 사민(주민)들 먹는 문제보다 군대 곡간이 더 심각하다”고 발언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아래 단위 후방실정을 저렇게도 모르면서 무작정 쥐어짜라면 강바닥 모래도 아니고 그 숱한 쌀을 우리가 어디서 내놓는다는 말인가”라는 언급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현실감각이 떨어진 최고지도자라는 지적으로, 당국의 입장에서는 이른바 ‘종파분자’가 된 셈이다.

공공연히 통보자료에 이 같은 일을 게재한 건 공포심을 유발, ‘당정책에 전면 도전하는 자는 누구든 용서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바닥난 군량미 실태에서도 드러났듯 떨어진 군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치국 확대회의(6월 29일) 이후 군량미 실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김 위원장은 주요 책임 간부 처벌하면서 동시에 군정지도국과 군 보위국(전 보위사령부)에 부대 하부 말단 후방사업실태를 검열을 지시했다.

군 실태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3개월치 식량 공급’이라는 중대결심을 해 체면을 구긴 김 위원장이 간부 처벌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번 사태를 전군 부대 후방 지휘관들의 정치사상적 문제로 이슈화해 리스크를 해결하려는 복안이라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셋째날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에 따라 ‘군벌 종파주의적 사상독소를 도려내야 한다’는 명목으로 향후 숙청·해임이 이어지는 등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련 기사 보기 : 군량미 부족 문제 후폭풍?…軍 후방·양식 책임자 3명 모두 해임)

다만 군 내부에서는 이 같은 무자비한 처벌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후방지휘관을 총살하고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보낸다고 쌀 문제가 해결되냐” “우(위)에서는 아래단위 실정도 모르고 무슨 문제만 터지면 모두 현대종파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군정지도국, 보위국 합동 검열에 대해 “전시물자 비축은 장군님(김정일)때부터 이미 허물어졌다” “(집권) 10년 되는 지금에 와서야 실태를 파악한다고 나서니 이게 더 문제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