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매체가 어렵고 힘든 부문에 진출하는 탄원자들의 소식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탄원에 따른 각종 부작용과 논란거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탄원해서 나간 뒤에도 먹을 것이 없고 살기가 힘드니 본가집에 전화해서 계속 돈을 보내달라고 하고 있어 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 이후 주요 건설장이나 농촌 등지에 탄원한 청년들의 소식을 전하면서 혁명정신, 투쟁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험지로 나선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부모들에게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심한 경우에는 부모들에게 ‘문건을 뽑아달라’(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농촌으로 탄원해 간 뒤에 1년이 넘으면 사회성분이 농민으로 바뀌는데, 청년 탄원자들은 사회성분이 바뀌기 전에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직맹(조선직업총동맹)에서는 조직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탄원자로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평안남도 소식통은 “직맹은 대부분 장가간 40대 이상 남자들이 속해있기 때문에 가장 탄원 보내기 좋은 조직”이라며 “그래서 직맹은 조직적으로 진출 대상을 정해 통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직맹원들이 탄원자로 정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탄원자는 아예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데 노력(勞力)이 아닌 노부모를 데려갈 수도, 그렇다고 마냥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한 가장이 탄원해 농촌 등 험지로 진출할 때에는 그 가족들도 다 함께 따라가지만, 탄원자 가족에는 일할 능력이 있는 노력만 포함되기 때문에 60세 이상 연로보장(정년퇴직) 대상자들은 탄원자를 따라 진출지로 갈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지금 직맹에서는 노부모를 모시거나 하는 개별 직맹원들의 사정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내리꽂고 있어 문제로 되고 있다”며 “그래서 직맹원들 사이에서는 ‘개별담화라도 해서 우리 집 사정이 어떤지 알고 탄원 뽄트(할당)를 내려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에서는 여맹원들의 탄원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으며, 여맹원들도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로 인해 가정 내 부부싸움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평양시 여맹 조직은 여맹 제7차 대회 이후 농촌 등지에 탄원한 전국 여맹원들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담은 강연자료를 내고 “사회주의 주요 전구들로 탄원한 여맹원들의 아름다운 소행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교양하고 있다.
이에 일부 여맹원들은 “지금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내가 한 가정에 파묻혀 아내나 엄마로만 살 수 있겠나” “내가 사회주의 농촌에 뿌리를 내려 한 개 뙈기밭이라도 맡아 알곡 소출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면 나라의 식량 사정이 풀리고 인민생활도 안착되지 않겠나”라면서 자발적으로 탄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식통은 “가정이 있는 여맹원들이 탄원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에 시선이 곱지 않다”며 “특히 나이 든 사람들 속에서는 ‘여맹원들이 조직적으로 탄원해 남편이 따라 나가는 것은 반만년 역사에 처음 있는 특이한 일’이라면서 사회가 어떻게 되려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소식통은 “탄원은 남편이나 자식들까지 다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 일반적인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 남편의 직장 문제나 자녀의 교육 문제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탄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탄원에 적극적인 여맹원을 아내로 둔 남편들은 “조직에서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느냐”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여존남비가 됐느냐”며 반대하고 있으나, 여맹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탄원을 고집해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여맹 조직은 탄원하겠다고 나서는 여맹원들의 명단을 일단 상부 당 조직에 올려보내고 있으며, 당 조직에서는 해당하는 여맹원의 남편이 다니는 직장의 당위원회와 실제 탄원이 가능한지 토론하는 절차를 거쳐 진출시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