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복귀한 학생들…평양선 ‘초저녁반’까지 만들어 등교수업

北 교육성 "도별 실정에 맞게 진도 보장하라" 지시…수도 평양에서는 '시차등교'로 밀집도 조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24일 평안북도의 87개 본보기학교 건설사업을 조명했다. 사진은 신의주시 신비초급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전국적인 모내기전투가 점차 마무리되면서 농삿일에 동원됐던 학생들이 다시 학업으로 복귀한 가운데, 현재 평양시 일반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에서는 오전, 오후반에 초저녁반까지 더해 3부제 시차등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평양에서는 학년 및 학급별로 시차를 두고 학교에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등교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차제를 도입해 밀집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평양의 소학교(초등학교)와 대학교는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하게 하는 2부제 방침을 세우고 있으며, 일반 초·고급중학교는 초저녁반까지 새로 만들어 3부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스, 메르스 때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서 등교시킨 적이 있는데 이렇게 초저녁반까지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반중학교는 초저녁반이 생기면서 오전반 등교 시간이 당겨져 아침 7시부터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재학교인 평양의 제1중학교들만큼은 예외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의 학사운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학생들이 오전에는 기본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복습이나 과외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1중학교를 제외한 평양의 모든 학교에서 이렇게 시차등교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앞서 세분화 수업에 대한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교육성은 모내기전투 돌입 전인 지난 4월 말 전국 13개 도·직할시·특별시 교육부에 “비상방역지휘부와 토론해 도별 실정에 맞게 진도를 보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업 진도는 무조건 보장하되, 방안은 방역 당국과 협의해 각 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교육성은 악성 전염병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면서 교육부문에서는 이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시간표를 이중삼중으로 분할하고 세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동안 북한은 원격수업이나 교사들이 직접 가정집을 찾아가는 방문수업 형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해왔으나, 학생들이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와 교사의 가정방문에 대해 불편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 4월 1일 비등교 개학 방침… “하던대로 진도 나가라”)

결국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진도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각 도(道)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하라는 교육성의 지시에 따라 평양에서는 시차등교 수업 방식을 도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차제를 두고서는 “시간을 달리 해서 등교하게 하니 방역 사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나든 진도를 원만히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섰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도 대체로 시차등교를 반기는 기색이지만, 초저녁반이 생겨난 일반 중학교 교사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일반중학교는 시간대를 3개로 나누는 바람에 교원들이 굉장히 피곤해하고 있다”며 “시간표를 잘 짜지 않으면 하루에 오전, 오후, 초저녁반까지 다 수업을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기본과목 교원들은 초저녁에 학생들이 졸려하니 웬만하면 수업을 주간에 넣어달라고 하고 있는데, 체육과 같은 부과목 교원들도 저녁에 밖에서 수업할 수 없지 않냐면서 서로 주간에 하겠다고 하는 상태”라며 “교육부도 이런 현상들을 보고 받고 있으나, 대책은 없고 ‘학교 실정에 맞게 하라’ ‘자체로 극복하라’라고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부제 도입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에 오는 가을학기(2학기)에는 일반중학교도 초저녁반을 없애고 오전, 오후반으로만 나눠 수업할 수 있다는 말이 현재 돌고 있으며, 이 같은 시차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식통은 모내기 동원 이후 등교수업이 재개된 뒤 “모내기에 나간 학생 중에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진 증세가 나타난 경우에는 방역 부문과 토론해 철저히 자가격리, 시설격리 시키고, 격리 대상자에 대해서는 방문수업으로 진도를 뽑으라”는 교육성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