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월 1일 비등교 개학 방침… “하던대로 진도 나가라”

교사 가정방문 형식 유지하라는 포치 내려와…1학년 학생 위한 '입학식' 행사는 준비

개학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해 6월 4일 평양시 대동강구역 옥류소학교의 개학 당일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메아리 캡처

북한이 4월 1일 개학을 앞두고 전국 학교에 등교 없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새 학년 새 학기 진도를 나가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26일 오전 4월 1일 개학과 연관된 교육성의 지시가 도(道) 교육국에 내려왔고, 각 시군 학교들에는 토요일(27일)에 다 포치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교육 당국의 개학 관련 포치에는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교육 진도를 나가라는 내용을 포함해 총 네 가지의 지시사항이 담겼다.

북한은 먼저 교사의 학생가정 개별 방문과 원격교육, 메모리(USB) 학습자료 제공 등 전에 하던 방식을 새 학기에도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비등교 개학 방침을 지시한 것으로, 이에 따라 학생들은 올해 봄학기에도 집에서 학교 공부를 이어가게 됐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등교수업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중앙(평양)과 지방 제1중학교의 노트콤(노트북) 공급 상태를 확인·보고해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을 포치에 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학에 앞서 제1중학교 학생들의 새 학기 진도 학습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트북 보유 실태를 점검하도록 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북한은 중앙이나 지방의 영재학교 학생 중 전자기기가 없어 원격교육이 불가능한 학생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국가와 학생 세대가 반반씩 비용을 부담해 ‘푸른하늘’, ‘룡남산’ 등의 노트북을 공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또 북한은 3월 30일 예비등교는 하지 말되, 31일 하루를 휴식하라는 지시사항을 이번 포치에 담아 내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비등교 개학 상황을 고려해 예비등교와 같은 불필요한 일정을 없애면서도 개학일 하루 전날 휴식하는 관례는 그대로 따르게 한 것이다.

이밖에 북한은 유치원에서 소학교, 소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대학교로 올라가는 등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1학년 학생들을 예외적으로 4월 1일에 다 등교시켜 진학식(입학식) 행사를 치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소식통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풍이 안 서니 다 행사에 참가시키고, 재학생은 축하토론하는 몇 명만 행사에 참가시킨다는 계획”이라며 “다만 방역을 위해 도·시·군별 특성에 맞게 도·시·군 당위원회와 도·시·군 당 교육부, 방역위원회가 밀접히 연계해서 행사를 집행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급 1학년 학생들 역시 개학일 다음 날인 4월 2일부터는 다른 학년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나오지 않고 교원들의 방문교육이나 원격수업 또는 USB 학습자료 등으로 진도를 나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 학기에도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수업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교육성의 포치가 내려오자 학부모들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들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교육에서도 자력갱생한다”며 가정교사를 붙여서라도 사교육 시키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가정 방문 학습을 번거롭고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생활이 어려운 교원들은 끼니를 해결하려고 일부러 점심때에 맞춰 학생 가정을 방문하기도 해 학부형들이 불만”이라며 “지금 5~6월에 전염병 예방주사(백신)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아 다음 학기부터는 학교에 나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학부형들이 많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은 현재 학교별로 봄철 농촌동원을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방역이라고 학교는 못나가게 하면서 농사일에는 불러낸다” “학생은 공부가 기본인데 정작 공부는 뒷전”이라며 투덜거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학급마다 ‘학생이란 말 그대로 배우는 사람입니다’ ‘학생들의 본분은 공부를 잘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습제일주의로 나가야 합니다’라는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교시판이 걸려있는데, 학생들은 그것을 이야기하면서 벌써부터 농촌동원에 불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