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복구에 총력 기울이는 北, “뙈기밭 등록 체계 갖추라” 지시

소식통 "산림도 시장처럼 관리·통제하려는 것"…뙈기밭 개간하려면 국가기관 사전 승인 받아야

북한 양강도 삼수군의 한 뙈기밭에 ‘죽어도 살아도 내나라, 내민족을 위하여!’라는 구호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데일리NK

산림복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최근 주민 뙈기밭(소토지)의 국가기관 등록 체계를 갖추도록 하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5일 “지난 5일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 산림복구 전투를 지속성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한 과업에 대하여’라는 내각의 지시문이 도·시·군 인민위원회들에 내려왔다”면서 “이에 따라 현재 뙈기밭을 가지고 있거나 뙈기밭을 일구려는 주민들은 국가기관이나 단체에 등록해야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각급 인민위원회에 내려진 이번 내각의 지시문에는 개별 주민이 일구고 있는 뙈기밭을 공장기업소, 동사무소 등 관계없이 국가기관이나 단체에 모두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적으로 담겼다.

국가는 개인 뙈기밭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통제하고, 기관이나 단체는 주민들이 바친 뙈기밭 소출로 자급자족, 자력갱생하는 소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정일 집권 시기부터 북한은 뙈기밭 농사로 얻은 소출을 7대 3의 비율로 나눠 7은 개인이 거두고 나머지 3은 국가에 바치도록 하는 일명 ‘37제’를 시행해왔다. 그동안에는 주민들이 뙈기밭 소출의 30%를 각 시·군 양정사업소에 갖다 바쳤지만, 이번 지시에 따라 앞으로는 뙈기밭이 등록된 국가기관이나 단체에 바치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각은 향후 주민들이 새 땅을 개간해 뙈기밭으로 일구려면 사전에 기관이나 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이번 지시에 담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개별 주민들이 뙈기밭을 일굴 새 땅을 찾으면 기관이나 단체에 먼저 가서 알리고, 기관이나 단체는 산림감독원을 불러 땅을 개간할 수 있는지 파악한 뒤에 승인을 내주도록 했다”며 “이전에는 마구잡이로 뙈기밭을 일궜는데 이제는 국가기관의 승인 없이 땅을 일굴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각은 뙈기밭 개간 승인을 받은 땅에 아무 나무나 심지 말고 산림감독국의 지시하에 정해진 묘목을 심도록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산림감독국이 토양의 특성에 맞는 수종을 정해주면 주민들은 무조건 해당 나무의 묘목을 뙈기밭에 심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묘목을 마련하는 비용은 5대 5의 비율로 국가와 개인이 절반씩 부담하는데, 비용이 부담돼 묘목을 마련할 수 없다면 최종적으로 뙈기밭 개간 승인을 받을 수 없게 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산림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관리감독이나 통제는 국가가, 집행(뙈기밭 개간이나 나무 심기)은 개인이 하는 협동화 체계를 이번 5개년 계획 기간에 굳히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이밖에 내각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산림감독원들이 매년 식수절(3월 2일) 뙈기밭에 심은 나무들을 일일이 돌아보고 살음률(생존율)을 파악해 해당 뙈기밭이 등록된 기관이나 단체에도 보고하는 체계를 세우도록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로써 살음률이 저조한 뙈기밭에는 이듬해 나무를 얼마나 더 심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산림복구 사업의 성과를 거두려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한편 내각은 주민들이 뙈기밭 소출을 충분히 낼 수 있도록 뙈기밭 식수 간격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4m 간격으로 한 그루씩 심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수종에 따라 최대 8~10m까지 간격을 둘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장군님(김정일) 때는 뙈기밭에 4m당 나무를 심고 그사이에 씨를 뿌려 소출을 얻으라고 했는데 이제는 수종에 따라 간격 규정이 다르게 적용된다”면서 “빨리 자라는 나무는 그만큼 그늘이 커져 소출이 잘 안 나올 수 있으니 간격을 8~10m까지 보장해줘서 소출을 얻을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