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진심’으로 자백해야 처벌 안 받아”…자의적 적용 우려

[2020 개정 행정처벌법 입수] '솔직히' 등 다소 추상적 표현 적시...공모자 신고도 강조

행정처벌법_자백
북한 행정처벌법(2020)은 ‘자백자’에게 행정처벌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이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현상을 단속하면서 주민들에게 자수를 회유하는 가운데 행정처벌법에 죄를 자백하는 자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규정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진심’ ‘솔직히’ 등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 자의적 법 적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행정처벌법은 지난 2004년 제정됐으며 기초생활 질서를 유지부터 전반적인 주민 생활 유지를 위한 규정을 담고 있다. 북한 행정처벌법에 따르면 행정처벌은 위법행위를 한 기관, 기업소, 단체, 공민에게 적용하는 행정법적 제재다.

최근 데일리NK가 입수한 2020년 개정된 북한 행정처벌법에는 ‘자백’한 사람에게 행정처벌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행정처벌법 제13조는 “자백이란 위법행위를 수행한 자가 행정처벌기관에서 조사하기 전에 자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스스로 찾아와 솔직하게 털어놓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법률에서 자수는 ‘범인이 스스로 수사기관에 대하여 자기의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그 수사와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이고 자백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의미한다.

피의자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행정처벌기관에 먼저 찾아와 범죄를 고백한다는 점에서 북한 행정처벌법 상 ‘자백’은 국내법의 ‘자수’에 가까워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이 최근 비사회주의 현상을 단속하면서 ‘자수’를 회유했지만 행정처벌법상 ‘자백’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수’한 사람도 ‘자백’한 것으로 인정돼 실제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행정처벌법을 통해 자백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먼저 행정처벌법은 “자기가 수행한 위법행위 대하여 조사하기 전에 행정처벌기관을 찾아와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알려왔거나 편지, 전화 등으로 행정 처벌기관에 자기의 위법한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자백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행정처벌법은 위협행위를 공모했을 경우 자신의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범죄사실까지 털어놓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모자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자백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셈이다.

행정처벌법은 “자기의 위법행위뿐만 아니라 여럿이 함께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하여서도 전부 털어놓아야 한다”며 “진심으로 자백한 자는 관대히 용서하며 거짓으로 자백한 자는 엄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했다.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 ‘진심으로 자백한 자’, ‘전부 털어놓아야 한다’ 등은 다소 추상적인 문구다. 이는 법 집행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 재량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행정처벌법은 상 범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모두 보상해야만 자백자로 인정한다는 내용도 있다.

행정처벌법은 “위법행위과정에 재산상 손해를 준 자는 자기의 위법사실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과 함께 손해를 전부 보상하여야 한다”며 “손해를 전부 보상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고백과 같이 보고 행정 처벌량정에서 고려하여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