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상물 유포한 원산시 주민 ‘반사회주의’ 행위로 공개처형

이동식 저장 장치 USB. /사진=데일리NK

한국의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물을 CD, USB 등 이동식 저장 장치에 담아 불법으로 판매한 북한 강원도 원산시의 한 주민이 지난달 말 공개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원산시의 한 주민이 남조선(한국) 영화와 드라마, 화면음악(畫面音樂, 뮤직비디오)과 같은 영상물을 알판(CD)이나 메모리에 담아 주민들에게 몰래 유포시키다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분자로 낙인돼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처형된 주민은 원산시 농촌경영위원회에서 기사장으로 일하던 이모 씨로, 그는 한국 영화와 음악 방송을 종류별로 묶어 몰래 내다 팔다가 소속된 인민반의 인민반장 딸에게 들켜 신고를 당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체포된 지 40여 일만인 지난달 25일 시(市) 간부들과 그 가족들, 교원들, 대학생들을 비롯한 주민 500여 명이 모인 처형장 맨 앞줄에 이 씨의 직계 가족들을 세운 채로 총살을 집행했다는 전언이다.

공개처형 당시 북한 당국은 판결문을 통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어긋나는 반사회주의적 행위로 강원도에서는 첫 처형이다. 지난 시기는 단련대나 교화소에 보냈지만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런 행위는 우리 사회주의를 말살하려는 자들을 도와주는 반동 행위로 반동분자들은 우리 사회의 그 어떤 곳에서도 머리를 들고 살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판결문 낭독이 끝난 뒤 곧바로 12발의 총성이 울렸고 처형된 시신은 가마니에 돌돌 말려 적재함에 실려서 어디론가 사라졌다”며 “맨 앞줄에 서서 처형 장면을 지켜보던 아내와 아들, 딸은 모두 쓰러졌는데, 보위부는 이들을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넘긴다면서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살창이 달린 화물차에 싣고 갔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이웃 주민들은 네 명의 보위부 계호원들이 기절한 아내를 들어 짐짝처럼 던지는 것을 보고 울음이 터졌지만, 반동분자를 동정한 죄에 걸릴까 봐 모두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편, 처형에 앞서 조사를 받은 이 씨는 한국 영상물을 담은 CD나 USB 등을 주민들에게 5~12달러를 받고 팔았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위부는 돈을 주고 영상물을 산 주민들을 색출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 연루된 장사꾼 20여 명은 현재 체포돼 예심을 받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지금 남조선 영상물을 보면 무조건 처형을 당하거나 무기형이 내려지고 있어 누가 또 처형당할지 모르는 형편에 있다”면서 “신고를 안 한 것으로도 7년 형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 전체가 떨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