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036년쯤 사회주의 강국 건설…김정은의 15년 구상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노동당의 외곽단체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폐막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단체의 이름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개칭하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7일부터 평양에서 진행된 청년동맹 대회에 서한을 보냈다. 청년동맹은 노동당의 외곽조직으로 14살에서 30살까지의 청년들이 가입하는데, 회원 수는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청년동맹의 대표자들이 평양에서 제10차 대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에 김 총비서가 서한을 보낸 것이다.

서한의 주요 내용은 청년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청년들을 각성시켜 당의 목표를 달성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스며드는 문물에 물들지 않도록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이 강조됐고 청년동맹의 명칭도 변경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에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말이 빠졌다.

북한은 2016년 제9차 대회 당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사회주의’라는 말을 아예 삭제했는데, 이번에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다시 넣는 대신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말을 아예 삭제했다. 김일성 일가의 왕국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대신 사회주의라는 명칭이 들어간 것이 일종의 사회주의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하지만, 김일성 일가를 절대시하는 북한의 기조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은 총비서도 “청년동맹의 명칭을 고쳤다고 해서 전 동맹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총적목표, 총적투쟁 과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 청년조직의 본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가 김 총비서의 권력강화와 직결되는 북한의 구조로 볼 때 왕조적 전체주의 체제에 본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15년 안팎에 사회주의 강국 건설

서론이 길었다만, 김정은 총비서의 서한 가운데 나의 주목을 끄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김 총비서가 앞으로의 중장기 국가발전계획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노동신문의 원문 그대로 옮겨보겠다.

“우리 당은 앞으로의 5년을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에서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5년, 세월을 앞당겨 강산을 또 한번 크게 변모시키는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려고 작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련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륭성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우자고 합니다.”

북한이 올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융성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는 새로 제시된 것이다. 앞으로 15년이면 2036년인데 김정은 총비서는 2036년쯤까지는 북한을 사회주의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그리는 2036년 사회주의 강국의 모습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2012년이 다가와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강성대국론은 슬그머니 들어갔고, 이후로는 200일 전투나 5개년 경제계획 같은 중단기 목표들이 제시돼 왔다. 그런데 김 총비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장기목표가 2036년쯤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김 총비서가 그리고 있는 ‘융성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은 어떤 것일까.

융성번영하는 강국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좋아져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적 자세로 전환하면 된다. 하지만, 올해 제8차 노동당 대회 등에서 보듯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해 미국에 대적하는 핵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하다.

결국 김 총비서가 그리는 사회주의 강국은 핵보유국 인정을 바탕으로 한 경제제재 완화일 가능성이 높다. 막강한 핵전력을 보유해 국제사회가 어쩔 수 없이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인정하게 만들고, 북한의 핵보유가 현실로 인정되는 시기가 되면 대북 제재도 유명무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경제도 나아질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그러한 그림이 완성되는 시기로 2036년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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