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여정의 한미합동군사훈련 관련 대남비난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한 담화(3.15)를 시작으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병철 당군사담당비서,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다시 김여정(3.30)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성명전이 전개되고 있다.
덧붙여 순항미사일(3.21)과 탄도미사일(3.25) 시험 발사도 연이어 시행되었다. 대북 전문 매체인 <38north>는 27일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적재한 신형잠수함 건조식을 준비하고 있는 동향을 포착하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의 공세적·호전적 움직임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review)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30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조만간 워싱턴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로드맵 초안을 검토, 조율할 한-미-일 국가안보실장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시점이여서 주목된다.
연초 8차 당대회 개최 이후 내부단속에 주력하던 북한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는 속셈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핵-미사일 능력의 질적-양적 고도화를 한순간도 멈추지 않아 온 그간의 일관된 전략전술의 연장선상이고 미국에게 나름의 가이드라인(guide-line)을 제시하여 대북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의 양수겸장(兩手兼將)식 압박전술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 소집과 이후 후속 조치를 통해 내부적으로 지구전(持久戰) 체제 정비를 어느 정도 마쳤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핵보유국 위상 다지기와 비핵화가 아닌 군축협상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전술적 행동을 취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평가된다.
연이은 성명전에서 북한이 ‘자위권’을 화두로 삼은 이유는 국제법(NPT체제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의 근원적 부당성에 대한 여론전을 전개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전략전술에 대한 정당성을 확산하려는 저의로 보인다. 즉 NPT 체제 밖에 있는 제3세계 국가와 국내외 친북세력들에게는 상당한 메시지 전달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유엔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바이든과 개인적·국가적 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운신 폭을 넓혀 주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크다.
* 바이든–푸틴의 가시 돋힌 설전과 대립: (바이든) 최근 러시아 민주화 운동가 사망과 관련 푸틴 대통령을 “영혼 없는 살인자”라고 언급 / (푸틴) ‘맞짱 토론’ 제안 및 바이든의 4월 기후정상회의 초청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거절
특히 30일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 발언을 문제삼아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 등 인신공격성 비난과 함께 미사일 발사시험의 ‘평등권’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된다.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키며)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2021.3.30. 조선중앙통신)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전력 강화를 대한민국과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대한민국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자유민주국가이며, 국제법 틀 속에서 군사력을 배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체제목표로 하고 있고, ‘핵확산 금지조약’(NPT)과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반국제법·호전적 불량국가이다.
이처럼 대한민국과 북한을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한민국은 부엌에서 칼을 들고 있는 엄마와 같은 존재이고, 북한은 칼을 들고 인질을 협박하는 강도와 같은 격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 있을까?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의 억지논리는 북한과의 협력을 간절히 원하는 문 대통령에게 완전한 항복(한미동맹 결별·민족공조 우선)을 요구하면서, 국제법을 상세히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과 세계인들을 현혹하기 위한 언어, 비유의 유희(遊戲)일 뿐이다.
북한의 궤변과 도발에 대한 당당한 대처가 필요하다. 국격과 국가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긴 안목을 가지고 한·미·일 공조체제를 확고히 다지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조하여 북한 비핵화는 물론 세계 평화·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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