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불법 자금 세탁 혐의를 받는 자국민을 미국에 송환한 말레이시아에 ‘외교 단절’을 선언하고 대사관까지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쿠알라룸푸르에 체류하며 사치품과 무기류 밀반입에 관여하는 북한 해외일꾼들까지 철수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무기 밀수출과 밀반입에 관여하는 군수공업부 소속 비밀요원들과 사치품 밀반입 업무를 하는 중앙당 소속 무역회사 일꾼 수백 명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이다.
북한은 그동안 말레이시아를 중동 및 아프리카와 밀무역 시 중간 경유지로 활용해 왔다.
특히 군수공업부 비밀요원들은 북한에서 생산된 무기를 이란이나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수출하거나 해외에서 무기류를 북한으로 수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모두 제재 위반 행위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이름이나 신분 또는 국적을 위장한 위조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불법 행위에 가담해도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도 북한 비밀요원 또는 무역일꾼들의 불법 체류를 수십 년째 묵인하고 있어 이들을 모두 추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다만 이들은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까지 철수하자 업무에 상당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비밀요원들의 경우 업무 상황을 수시로 평양에 있는 본부에 보고하고 당국과 연락을 해야 하는데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보고 방안과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찰총국과 연계된 무역일꾼으로 알려진 문철명이 미국에 송환됐다는 사실로 인해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는 북한 해외일꾼이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것.
이들 중 일부가 제3국으로 탈출하거나 망명할 경우 북한의 무기 수출입과 관련된 기밀 정보가 유출될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당국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요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 파견돼 있는 북한 간부들은 당국이 자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미국에 송환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단교’ 강공 카드 내놨지만…北, 말레이 사태 동요 확산 노심초사)
이런 가운데 북한은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는 북한 인권문제를 지속 지적하고 불법 자금세탁 혐의를 받는 자국민 신병을 인수한 미국에 대한 반발 메시지가 크지만 부수적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군수공업부 비밀요원들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부수적 목적도 포함돼 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소식통은 “조국(북한)에서 미사일 시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은 해외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요원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는 등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이번 시험발사는 확신성 있게 예견된 바 그대로 대단히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수차례에 걸치는 발동기 지상 분출 시험과 시험발사 과정을 통하여 개량형 고체연료 발동기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에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군수공업부 및 국방과학연구부문 간부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