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부녀절에 몰래 모인 여성들, 무보수 광산노동 처벌 받아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에서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공휴일로 지정된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에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어기고 몰래 함께 모여 밥을 먹은 함경남도 검덕광산 마을의 여성 주민 20여 명이 무보수 광산 노동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검덕광산 마을에 사는 여성 20여 명이 3·8 부녀절에 거리두기 원칙을 저버리고 먹거리 조직을 하고 모여 놀았다가 다음날 이 사실이 군당에 보고돼 한 달간 검덕광산의 갱 안에서 일하도록 하는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성들은 3·8절 당일 돈을 모아 한 끼 식사를 마련하고 몰래 함께 모여 먹고 즐겼는데, 곧바로 말이 새어나가 안전부에 끌려가 문초를 당하고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에서도 지적을 받아 사상투쟁 무대에 세워졌다.

실제 여맹 조직에서는 이들을 두고 “당에서는 전염병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인민들의 건강 상태를 매일 체크하는 중인데 집에서 놀며 할 일 없는 젊은 여자들이 모여앉아 당의 방침을 어기고 제멋대로 놀아났다”며 강하게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맹은 광산에서 한창 전투가 벌어져 노동자들이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 여성들이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를 했다며 갖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결국 군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나라 전체가 어려운 시국에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은 사상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혁명화를 해야 한다면서 이 여성들에게 검덕광산 갱 안에서 한 달 동안 무보수로 일하게 하는 처벌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처벌받은 여성 대다수가 돌볼 아기들이 있는 여성들이지만, 죄를 지은 처지라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일터에 나가고 있다”며 “빈집에 아기들을 놓고 나온 여성들은 오로지 집에 있는 아기들만 생각하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동네 주민들은 이번 일을 접하고 난 뒤 “여성들이 잘못은 했으나, 아기들을 빈집에 두고 일하러 나가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까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