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원들 외면하고 자기 집 곳간부터 채운 간부, 결국 처벌 위기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내부 정보원 제공

군량미를 내기도 빠듯한 어려운 시기에 농장원들의 형편을 외면하고 자기 집의 곳간부터 먼저 채운 당 간부가 검열에 걸려 현재 처벌 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선천군 인곡협동농장의 당위원장은 올해 태풍과 홍수로 농사가 제대로 안 되고 당장 군량미를 내야 하는 곤란한 농장 사정에 아랑곳없이 자기 집 곳간부터 먼저 채운 것이 탄로나 지난달 23일 가택수색을 받았고 현재 처벌 위기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선천군 인곡협동농장은 자연재해로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더 안돼 농장 관리일꾼들이 국가에 바쳐야 할 군량미 때문에 머리를 싸쥐고 고민에 잠긴 상태다.

실제 농장 관리일꾼들은 올해 생산한 알곡을 군량미로 다 바치고 나면 농장원들은 어떻게 먹고살며, 내년 농사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농장 관리위원장과 당위원장(리 당위원장)에게 군량미를 적게 바치면 어떨지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전언이다.

올해 분배량도 어이없이 모자라서 농장원들에게 1년 치 식량 중 한두 달에 해당하는 분량밖에 줄 수 없는 형편이고, 이 때문에 올겨울 농장 세대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몰렸으니 군량미를 조절하자는 게 농장 관리일꾼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이에 협동농장의 모든 살림을 책임지는 농장 관리위원장은 농장원들의 편에 서서 고려해보자는 견해를 보였으나, 농장 당위원장은 농장원들의 개인 생활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다 대고 우는 소리를 하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군량미 계획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농장 사정에는 안하무인인 당위원장의 행태에 분노한 관리일군(일꾼)들과 농장원들은 며칠 전에 당위원장이 집에 벼 열 가마니를 들여가는 것을 보았다면서 자기 배가 부르니 가난한 농장원들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한다고 비난하며 군 검찰소에 이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검찰소는 이튿날 곧바로 농장 당위원장의 집에서 가택수색을 벌였는데, 부엌 아래 숨겨진 지하 양곡창고에 지주의 곳간처럼 쌀이 쌓여있어 검열하는 이들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농장 당위원장 집 곳간에 있던 쌀은 전부 몰수돼 군량미로 보내질 예정”이라며 “그에 대한 처벌도 곧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람들은 그가 해임, 철직돼 평 농장원으로 일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곡협동농장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검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