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판 ‘안네의 일기’ 돼 北 정치범수용소 현실 알리길”

애니메이션 영화 ‘Ture North’ 스틸컷. /사진=시미즈 한 에이지 감독 제공

“북한인권 문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틀간 잠을 못 잘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재일교포 시미즈 한 에이지(淸水ハン榮治) 감독은 10여 년 전 처음 북한인권 문제를 접하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평소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던 그는 지인에게서 받은 정치범수용소 관련 수기를 읽고 나서 이를 알리는 영화를 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영화 ‘True North’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영화는 1959년부터 시작된 ‘북송사업’으로 인해 북한 땅을 밟은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시 북송 재일교포들은 일제 간첩으로 몰려 탄압을 받고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으며 가족들도 연좌제로 함께 처벌받았다. 영화 ‘True North’의 아홉 살 주인공 ‘요한’ 역시 재일교포인 아버지의 간첩 혐의로 수용소로 끌려간다. ‘True North’는 바로 그 ‘요한’의 시각에서 본 수용소의 현실을 그려낸다.

애니메이션 영화 ‘True North’ 스틸컷. /사진=시미즈 한 에이지 감독 제공

시미즈 감독은 최근 진행된 데일리NK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안네의 일기처럼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40년대 독일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가족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숨어 지내다 결국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그의 사후에 출간돼 나치의 만행을 실증하는 귀중한 사료로 쓰이며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됐다.

다만 그는 단행본과 같은 다소 딱딱한 매개체보다 국경, 나이, 인종을 초월할 수 있는 장르인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북한인권 문제를 한층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했다.

시미즈 감독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주인공 ‘요한’이 겪는 문제에 가슴 아파하고 공감하면서 서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려 할 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수십만 정치범수용소 수인(囚人)들의 존재와 안위에 대해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스터는 진북(眞北, True North)을 향해가는 주인공 ‘요한’의 모습을 담았다. 포스터를 가로로 놓고 보면 북한의 인공기가 떠오른다. /사진=시미즈 한 에이지 감독 제공

시미즈 감독의 영화 ‘True North’는 지난 27일 막을 내린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20)에 출품돼 장편 우수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곧 영국 레인댄스영화제(Raindance Film Festival), 일본 도쿄국제영화제(Toky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등에서도 선보여질 예정이다.

영화의 제목 ‘True North’는 본래 사전적으로 지구의 북쪽 끝 또는 그 방향이라는 뜻의 진북(眞北)을 일컫지만, 영미권에서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만이 아닌 자신만의 방향과 신념을 향해 나아가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시미즈 감독은 “주인공 ‘요한’이 북한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을 통해 자기 삶의 방향과 의미를 찾아간다는 뜻을 영화 제목에 담았다”면서 “여기에는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north) 사람들이 실제(true)로 겪는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