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당에서 가족 파티하세요”

통일거리 ‘이딸리아료리전문식당’에 관련 문구 게재돼...北, 자본주의 실험 하나?

북한의 이탈리아 음식점.
북한의 이탈리아 음식점. /사진= echo of truth 유튜브 캡처

이제는 북한 수도 평양의 한 식당에서 눈치 안 보고 결혼식 및 생일 잔치를 여는 게 자연스러워질 전망이다. 그것도 당국이 허가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서도 걸리지 않는다.

평양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지난 14일 통일거리에 위치한 ‘이딸리아(이탈리아)료리(요리)전문식당’ 앞에 ‘가정 대사(大事) 봉사(서비스)함’이라는 글이 나붙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연수까지 받은 요리사들이 각종 피자와 스파게티를 선보이는 이 식당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족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최근 승인했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당연히 주민들이 집이나 결혼식 식당을 제외한 곳에서 집안 행사를 진행하는 건 ‘비사회주의 행위’로 규정됐다. 물론 돈주(신흥부유층)나 간부들이 식당을 빌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는 권력이나 돈을 활용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당국이 스스로 규제를 완화하는 건 사상 초유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개인이 결혼 전문식당이나 지정된 식당 외에는 마음대로 집안 대사들을 하지 못하게 한 관례를 국가가 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모임 금지를 단속·처벌해왔던 북한이 오히려 이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에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불가한 상황에 따라 당국이 간부와 돈주들의 달러를 노리는 방식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음식점이 “모든 음식값은 딸라(달러)나 그에 맞는 돈 대수(환율)로 계산된 국돈(북한 돈)으로 내야 하는 곳”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당국이 일종의 ‘자본주의 시험(실험)’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2013년 9월 문을 연 이 식당은 북한에서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으로는 세 번째이지만, 앞서 개장한 두 곳(창광거리, 2005년 7월/광복거리, 2009년 12월)에는 이 같은 지시가 하달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2012년부터 일부 협동농장에만 포전담당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특정 식당에만 허가하면서 장점 및 부작용을 검토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모임 확대에 따른 후과도 충분히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소식통은 “통일거리 이탈리아 요리 전문식당은 개별적인 상업 관계에 따른 운영방식이 아니라 우리(북한) 인민들도 세계적으로 이름난 요리를 맛보게 해야 한다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개업한 곳”이라면서 “충성심이 높은 성원들로 종업원을 꾸렸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 모임을 하다 걸리면 유일사상체계에 비추어 모두 처벌을 받는데 평양에서는 그나마 이곳에서 돐(돌) 생일이나 환갑·결혼식·진갑·팔갑 행사는 하라는 것”이라면서 “소개 간판이 나붙자마자 물음(문의) 전화가 대단하다”고 덧붙여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