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또 연기…당 창건일 행사 후 발열 등 이상증세 나타나

이번 주말까지 학생들 건강상태 파악 사업 진행…11월 1일 개학·겨울방학 생략 지시 내려져

김일성종합대학. /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이번에도 또다시 개학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치른 이후 발열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나타나면서 결국 개학을 보류했다는 전언이다.

16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11월 1일에 개학한다는 내용의 교육성 지시문이 전날(15일) 전국 도·특별시·직할시 교육부에 내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당 창건 기념일 행사 이후에 전국적으로 발열 환자들이 늘어났는데, 국가중앙방역위원회의 집계에서 그중 18%가 학생들로 보고됐다”며 “지난 12일 오후 도 교육부에 일단 개학하지 않고 주말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교육성의 지시가 있었다가 갑자기 어제(15일) 오전에 11월 1일에 개학한다는 지시가 추가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당 창건일 행사 뒤 발열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났고, 여기에 학생들도 다수 포함되면서 중앙의 지시에 따라 개학이 잠정 보류됐다는 설명이다.

평양 소식통도 이날 본보에 “11월 1일부터 개학한다는 교육성의 지시문이 15일에 내려졌다”며 “이미 전에 개학했다가 당 창건 기념일 행사 준비로 강의가 중단된 중앙대학들도 11월 첫날에 같이 강의를 재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학 재연기의 배경에 대해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로 열병식에 참가한 학생들이나 군중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 중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을 보인 학생들이 나온 게 직접적인 이유”라고 했다.

실제 군중시위 행사에 참가한 조선체육대학 학생 27명이 최근 평양시 인민병원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전염병(코로나19)을 폐결핵으로 바꾸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뒷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이번 개학 재연기 지시문을 내리면서 이번 주말까지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철저히 장악해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평안북도에서는 학교별 학급 담임교사가 호담당의사와 함께 학생 가정을 개별 방문하고 건강상태를 살핀 뒤 이를 문서로 정리해 최종적으로 도 교육부에 보고하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학생들의 상태를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교원들과 의료일군(일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문제가 심각해서 개학을 연기했다기보다는 행사 후 학생들의 상태를 재료해한다는 입장에서 숨 고르기를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도 평양에서도 이번 주말까지 전문병원들과 구역병원들이 모두 동원돼 행사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래, 발열, X레이 등의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해당 검사에서 이상 증세가 발견된 학생들은 따로 격리 조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당국은 11월 1일 개학 방침을 밝히면서 ‘올해 겨울방학을 없애고 수업을 할 테니 개학 전까지 월동준비에 나서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한겨울에 대비해 교실 난방에 필요한 석탄이나 땔나무 구하거나 방풍 장치들을 설치하는 작업을 이달 중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시에 현재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부모들은 국경을 봉쇄하고 밀수도 하지 못하게 해 손가락을 빨면서 견디고 있는 형편인데 올해 제일 추울 때 방학 없이 수업한다고 하니 월동준비 모금을 또 준비해야 한다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며 “자식들이 동상 입지 않고 뜨뜻하게 공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세부담에 대해서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