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당 “당 창건일 행사준비 인원들 위해 돈·쌀 내라” 지시

지원사업 지시하면서 충성심 총화하겠다 예고…주민들 "생활 유지 어떻게 하나" 한숨

양강도 혜산시에서 10월 10일 당 창건일 행사준비에 동원된 주민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에서 당 창건일 행사준비에 대거 동원된 인원들을 위해 지원금을 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도당위원회가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도 소재지에서 준비하는 기념행사에 동원된 인원들을 위해 기관기업소들과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을 비롯한 주민들에게 이들의 식사 보장을 위한 지원금을 낼 데 대해 지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함경북도 도 소재지인 청진시에서는 기관기업소들에서 선발된 노동자들과 시내 주민들, 청년대학생들이 행사 연습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밤늦게까지 동원돼 피로하고 지친 상태여서 이들에 대한 후방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함경북도 당위원회는 행사준비에 동원된 인원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지시하면서 구체적으로 도내 기관기업소와 여맹, 청년동맹 조직을 포함한 모든 주민에게 1인당 북한 돈으로 1만 원 혹은 쌀이나 콩 2.5kg을 내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도내 20%의 가난한 주민들이 내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80%의 주민들에 해당하는 몫으로 타산한 것이다.

특히 도당은 이미 전부터 행사준비 동원 인원의 식사 보장을 담당해서 이틀에 한 번씩 식사를 조직한 단체들에 대해 이번 사업에서 빠져도 좋다는 점을 밝혔고, 또 수해 기간에 인민군대 지원이나 수해복구현장에 개별적으로 물질적인 지원을 크게 한 주민들도 지원 사업 참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도당은 당 창건일이 지난 뒤인 17일(토요일) 간부들의 총화 모임에서 이번 행사에 물질적, 노력적으로 지원한 주민들의 당에 대한 충성심을 놓고 총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에 주민들은 현재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주민들은 전염병 사태로 생활이 많이 쪼들리는 형편에서 태풍피해까지 일어나 인민반에서 하는 세대별 지원도 어렵사리 했는데 당 창건 기념일 정치행사에 동원된 인원들에 대한 지원까지 겹치니 힘들다고들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은 행사에 동원된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알겠지만 돈을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하고 있다”면서 “정치행사와 관련해서 노골적으로 의견은 못 부리지만 이렇게 돈을 모으는 일이 연속으로 이뤄진다면 가정 안에서 생활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반응들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5일, 대학생들이 대거 동원된 당 창건일 75주년 기념 군중시위 연습 장면을 포착해 보도한 바 있다.

[영상] 말로만 ‘코로나 방학’…黨창건 군중시위 연습에 대학생 총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