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 무역일꾼들에 “검덕광산 피해복구 위한 돈 내라” 요구

어려움에 허덕이는 무역일꾼들 '한숨'…비용 대부분 살림집 건설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복구 소식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해외에 파견된 무역일꾼들에게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검덕광산의 복구·건설 지원 자금을 바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이달 초 지린(吉林)성 지역의 한 조선(북한) 무역일꾼 소조모임에서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검덕광산의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돈을 마련해 내라는 조선 당국의 지시가 전파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은 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자금을 요구했는데, 이 때문에 무역일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국의 지시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수 있을 만한 비용을 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외화벌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과제 부담까지 안고 있는 무역일꾼들 입장에서는 주머니를 더욱 쥐어짜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실제 본보와 접촉한 한 북한 무역일꾼은 “사람마다 다른데 (나는) 3만 위안(한화 약 500만 원)을 냈다”며 “그 돈이 조국의 인민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지만 실상은 나라가 자금을 댈 형편이 되질 못 하니 중국에 나와 있는 무역일군(일꾼)들에게 돈을 바치라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각종 자금 숙제 때문에 힘들다”면서 “실제 돈을 바치는 것은 나 같은 무역일군들이지만 생색은 위(당국)에서 다 낼 것”이라며 씁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북한 당국은 검덕지구 피해복구 및 살림집 건설에 군민을 총동원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함경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투입됐던 군 병력의 60%를 함경남도로 보내 검덕광산 복구와 노동자 살림집 건설 작업에 동원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당·내각 주요 간부들 함경남도 파견됐다…조연준은 암행어사?)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검덕지구 피해복구와 관련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지도해 검덕지구 복구건설을 인민군대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적어도 10월 10일까지는 새 살림집들의 체모를 갖추고 도로와 철길을 복구하며 연말까지는 모든 피해를 100% 가실 수 있는 국가적인 비상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올해 75주년으로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당 창건일에 검덕광산 살림집 건설을 성과로 내세워 ‘이민위천의 사상을 숭고한 미덕으로 생각하는 당의 현명한 영도와 은혜로운 배려로 태풍피해 지역 인민들의 생활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북한 해외 무역일꾼들이 낸 자금은 대부분 검덕광산 현지 주민들의 살림집 건설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게 대북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검덕광산에서 나오는 아연들은 남포에서 배에 실려 저장(浙江)성 등으로 밀수출되고 있다”며 “제재로 수출이 막힌 상태에서도 그나마 밀수로 돈을 벌어들이던 곳이었는데 태풍 피해를 입어 아연을 캐지 못하니 조선 당국 입장에서는 큰 문제라 다른 곳보다 빨리 복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