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여맹, 피해복구 수도당원사단에 ‘이것’ 지원했다는데…

함경북도당 1.8kg 흑계 240마리 지원 지시…주민들 "별난 지시를 다 본다" 헛웃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26일 “함경북도 피해 복구 전투에 참가한 제2 수도당원사단 평양시 당위원회대대 지휘관, 전투원들이 복구투쟁과 생활의 모든 면에서 모범을 창조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의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조직이 도당위원장의 지시로 태풍피해 복구현장에 동원된 수도당원사단에 흑계 등 닭 200여 마리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함경북도 당위원장이 지난 21일 도 여맹조직에 함경북도 피해복구를 위해 파견된 수도당원사단 지휘부에 검정 닭곰 240마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 지시는 곧 여맹에 접수돼 검정 닭곰 지원사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당위원장은 태풍피해 복구현장과 살림집 건설장 등에 동원된 수도당원사단을 잘 지원하라는 당국의 내적 지시에 따라 도·시·군의 여맹들에 200여 마리의 검정 닭을 마련해 닭곰을 만들어 보내라고 했다.

특히 도당에서는 지원할 닭과 관련해 무조건 검정 닭이어야 하며 한 마리에 1.8kg 이상 무게가 나가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맹원들은 닭의 종류와 무게까지 세세히 밝혀 지시한 도당을 비난하면서 ‘살다 살다 별난 지시를 다 집행해 본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도당위원장의 지시로 각급 여맹 조직들은 닭 구하기에 나섰는데, 1.8kg의 큰 닭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특히 검정 닭을 한 번에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결국 검정 닭을 구하지 못한 일부 여맹 조직들에서는 흰 닭에 무게만 맞추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사위가 와도 검정 닭곰을 해본 적 없는 가난한 살림이지만 당에서 한 지시이니 어쩔 수 없이 집행하는 것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며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그에 못지않게 국가건설이나 도 건설을 지원하기도 녹록지 않은 형편인데 의견이 부리기 무서운 세월이라 냉가슴만 앓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