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칼럼]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다’가 핵심이다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전남 목포시 죽교동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전용부두에 접안하고 있다. 무궁화 10호는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이다. /사진=연합

지난 22일 서해 북측해역에서 발생한 야만적인 반인륜 살인 사건이 발생한 데는 핵심적으로 중요한 배경 원인이 존재한다. 북한당국의 인권무시, 인간존엄성과 생명 경시 관행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년 이상 우리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북한당국이 ‘사람’을 대상으로 이 같은 잔인무도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이 저지른 인권유린의 희생자는 절대다수가 북한 주민이고, 일부는 한국 국민이며, 또 일부 일본 국민과 태국 국민, 그외 유럽사람들도 포함된다. 북한 외 다른 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강제실종과 납치의 희생자다. 거기다 상당수는 남한으로 와서 정착한 탈북민들의 가족도 포함된다. 탈북민들 중 많은 분들은 가족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던 중 북송된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들 또한 강제실종 및 납치의 희생자이다.

북한에서는 ‘관리소’라고 부르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은 통계에 잡히지도 못한다.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고문, 살해, 강제노동, 사상과 표현 및 종교의 자유 박탈, 사회적 지위나 성분, 가족출신 배경에 따른 차별,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 등의 희생자이다. 특히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을 포함한 많은 종류의 인권유린이 ICC(국제형사재판소)의 로마규정에서 말하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반인도범죄와 일상생활에서 발견되는 인권유린을 나열하니 ‘또 북한인권인가’ ‘식상하다’ ‘지겹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방관한 북한인권 문제의 희생자가 북한 사람이었을 때는 묵인하고 방관하고 지겹게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다수의 한국인과 외국인의 희생이 있었다. 한국인 해수부 공무원 이 씨의 희생도 북한당국이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인권유린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당국의 인명경시 인간존엄성 무시 관행과 풍조가 북한 주민들만 국한해서 대상자로 삼는 것이 아니다. 자국민의 존엄과 인권을 짓밟는 당국이 이웃나라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하겠는가. 우리 국민이 희생당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 엄중한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이 사람, 즉 인류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엄중한 문제인 것이다.

물론 국내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자국민 보호의 책임에 있어서는 직접적이고 엄중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자국민 보호의 책임에 더해서 한국 정부가 자유롭지 못한 책임문제가 또 있다. 북한당국의 인명경시 관행과 인간존엄성 무시 행위의 절대 대다수 피해자가 북한 주민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서 묵인하고 방관하던 한국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이에 대한 비판에서 한국 정부가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북한인권 문제 그리고 온갖 종류의 잔혹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당국에 대한 비판과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도 분명한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서 북한인권 문제를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북한이 비준한 국제 규약들, ICESCR(사회권규약), ICCPR(시민·정치적 권리규약), CRC(유엔아동권리협약), CEDAW(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CRPD(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나오는 기준에 따라서 북한인권 문제를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이 기준에 근거해 북한인권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사회를 위협해서 주눅 들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문제 삼는 북한 당국에게 당당하게 국제적 기준이라고 맞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를 남북대화와 비핵화 협상을 만들어가는데 변수로 작용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이 국제적 인권 규약들이다. 국제적 기준에 근거해서 인권문제도 당당하게 지적하고, 남북대화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당국의 인권유린과 반인도범죄의 희생자가 이번에는 해수부 공무원 이 씨였고, 몇 년 전에는 오토 웜비어였으며, 박왕자 씨였고, 북한에 억류돼 있는 6명의 한국 시민들이며, 천안함에서 희생된 병사들이며, 탈북 길에 북송돼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탈북민들의 아들딸들이며, 이천오백만 북한 주민들이다. 이들 모두의 인권과 생명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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