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북서 일부 물가 9배로 치솟아…길가서 온가족 굶어 죽기도”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전경.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내세운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 속에서 국경 지역 물가가 폭등해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는 가운데, 굶어 죽는 사례도 지속 발생하면서 전례 없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전염병 사태와 80일 전투로 통제가 강화되고 보위부, 안전부에서도 들볶아 작은 밀수조차 할 수 없는 형편에서 국경 마을의 물가는 계속해서 배로 뛰고 가족방랑자와 꽃제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온성, 무산 등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 물가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뛰어올라 주민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작은 옷핀조차도 하루가 멀다고 뛰는 물가에 껴묻어 값이 9배로 올랐다는 전언이다.

장사꾼들은 매일 물가가 오르니 물건값이 오를 대로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려고 물건을 내놓지 않고 심지어는 아예 시장에 나오지 않는 때도 있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민들은 애타게 장마당만 쳐다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를 가진 주민들 역시 이런 시국에서는 돈을 헐값에 날리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내놓지 않아 화폐 유통마저 꽉 막힌 상태라는 설명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환율이 파동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정성 있는 외화를 최대한 보유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배를 곯으면서도 생활비를 더 쪼개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 상태”라면서 “가난한 주민들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굶는 수밖에 없다 보니 가족이 통째로 길가에 쓰러져 굶어 죽는 비참한 광경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4일에는 무산역 앞에서 일가족 4명이 줄을 맞춘 듯 일렬로 누운 채 얼어 죽는 일이 발생해 역전 안전부의 호출을 받은 군(郡) 기동 순찰대가 시신을 천에 둘둘 말아 어디론가 실어 가는 사건도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무산역 안전원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역전 주위에는 추위와 배고픔에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칠 새 없고, 최근에는 온성에서 먹을 것이 있는 앞 지대로 가려고 열차에 무단으로 올라탄 꽃제비 6명이 열차 안전원들에게 잡혀 도로 돌아오던 중 열차 안에서 굶어 죽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도당이나 군당에서는 사태가 이 지경인 것을 알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우리도 형편을 알긴 하나 어쩔 수 없다. 80일 전투가 끝날 때까지만 조금만 더 허리띠를 조이자”며 주민들을 다독이기에 바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나저제나 물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하고 있었는데 점점 어려워지고 생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니 80일 전투가 끝난들 무슨 소용이냐” “다 된 세상이다”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