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서 폭풍군단-국경경비대 ‘패싸움’…총 맞아 숨지기도

국경 봉쇄·방어 협력은 고사하고 서로 주먹 휘둘러…군 총참모부·보위성 '공동명령서' 하달

함경북도 나선 두만강역 두만강동 북한군 초소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두만강역 근처의 북한군 초소. /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접경 지역에서 최근 국경 봉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투입된 폭풍군단과 국경경비대 간에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회령지역 강 연선에서 야간 순찰을 하던 폭풍군단 군인 3명과 국경경비대 잠복초소 근무인원 2명이 싸움을 벌였는데 여기에 국경경비 소대가 다 몰려나오면서 집단 패싸움으로 번진 일이 있었다”며 “그와중에 한 군인이 총에 맞고 사망해 지금 큰 문제로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함경북도 국경에 파견된 폭풍군단 군인 3명은 지난 17일 밤 회령시 강 연선을 따라 야간 순찰을 하던 중 잠복근무 초소에 있어야 할 국경경비대 인원들이 자리에 없는 것을 발견했다. 폭풍군단 야간 순찰조가 불시에 강 연선을 돌다 잠복초소를 향해 군호(암구호)를 댔지만, 초소 쪽에서 전혀 인기척이 없었던 것.

폭풍군단 야간 순찰조는 곧바로 주변 수색에 나서 당시 초소 근무를 담당한 국경경비대 인원 2명이 무기·장구류를 지닌 채로 인근 사택 매대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근무 원칙을 따지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일로 폭풍군단 군인들과 국경경비대 인원들 간에 말싸움이 붙었는데 이것이 몸싸움으로 확대되고 부대 간 자존심 대결 분위기로 흐르면서 나중에는 국경경비 소대 인원들까지 다 몰려나와 결국 집단 패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싸움으로 국경경비대원들은 경추가 골절되거나 두 개 골이 깨지는 등 심하게 다쳤고, 폭풍군단 군인 가운데 1명은 경비대가 쏜 총에 폐를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함께 협력해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할 두 부대가 오히려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총구를 겨누다 사상자를 낳은 셈이다.

소식통은 “사건은 현장에 있던 사택 매대 주인이 동(洞) 인민반장에게, 동 인민반장이 다시 지역담당 보위지도원에게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며 “이후 상급에도 보고돼 엄중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건 당사자인 경비대 잠복초소 근무 인원 2명을 비롯해 싸움에 가담한 경비대원 총 19명은 현재 회령지역 국경경비연대 보위부 구류장에 구금된 상태이며, 사망한 1명을 제외한 폭풍군단 군인 2명은 9군단 산하의 회령 주둔 사단 보위국 영창관리대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모두 군사재판에 넘겨져 군법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군 총참모부와 군 보위국, 국가보위성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8일 8명의 긴급조사조를 조직해 현지에 파견함과 동시에 폭풍군단과 국경경비총국 작전부·참모부·정치부·보위부에 공동명령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령서에는 ‘최고사령관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경연선 방역 봉쇄 명령 관철을 위해 한 전호에서 함께 해야 할 혁명의 전우이고 동등한 부대이다’ ‘동지들끼리 무참히 때리고 맞는 피 터지는 개싸움을 보인 것이 당의 군민일치 일심단결 옹군애민 사상에 얼마나 저해되는지 심각하게 반성하고 조직별 총화를 진행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이번 사건이 발생한 회령시 연선 지역의 잠복초소 근무 및 순찰 인원들에게는 실탄 대신 공탄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 전에 국경에서 또다시 총기 사고나 집단구타 등 군기를 문란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 부대장과 정치위원, 보위부장을 군사재판에 넘겨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은 “인근 농가의 주민들이 이번 싸움의 현장을 모두 목격하면서 지금 회령 바닥에는 이 사건에 대한 소문이 쫙 퍼진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서는 ‘폭풍군단은 하늘을 펄펄 날고 경비대는 땅에서 기며 쩔쩔매더라’ ‘폭풍군단 군인들은 일당백(一當百)이 아니라 일당천(一當千)이더라’라는 등 목격담에서 비롯된 폭풍군단의 위세에 대한 풍문들이 떠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두 부대가 원수, 앙숙이 됐으니 앞으로 조용할 날이 없겠다’ ‘두 부대 간 협력은 고사하고 이전투구 혈투만 계속될 것이 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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