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남·북·중 밀월의 서막과 미국의 대응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지난 제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의 미국에 대한 ‘최대의 주적’ 발언은 선전포고이자 편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당 대회 시 김정은의 발언은 중국에 대한 화답이자 남한에 던지는 미끼라고 평가한 바 있다. 확실한 반미연대로 남북중(한중조) 동북아 삼각편대를 구축하자는 신호 말이다. 하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는 작년 9월 22일,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코로나 대응을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하면서 중국을 포함시킨 ‘동북아 안보협력체’라는 포석을 깔아 놓았다. 이번 김정은의 결단으로 3국은 장단을 맞추고 합을 이루었다. 남북중 밀월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과연 바이든 신행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바이든 신 행정부의 대응: 북핵문제 다자적 협의체 구축

바이든 신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다자간 협력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이미 미국은 다자협의체 구성을 모색하고 있고 연내에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모임을 주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회의인 만큼 중국은 배제 대상국이다. 물론, 북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 정상들 간의 모임이기에 한국은 초청대상국이다. 이 모임 개최 전후로 미중 신 냉전구도는 그 윤곽을 분명히 드러낼 것이다. 관건은 그때 한국이 어느 쪽에 서 있느냐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손을 잡는 것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할 때(2020.11.12.)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동맹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4개국(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 들어오라는 문 정부에 대한 강력한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앞서 확인한 바대로 문 정부는 쿼드보다 동북아안보협력체 쪽으로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국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를 미국은 충분히 예상했으라 본다. 그에 따른 차선책도 마련했을 것이다. 필자는 그 후속책을 미국 주도의 다자협의체제 방안으로 본다. 즉, 쿼드나 동북아안보협력체로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 둘을 결합시킨 복합체제로 끌고 갈 확률이 높다. 당장 시급한 북핵 문제부터 말이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 당시의 일본을 비롯해서 인도, 호주, 그 외 관련국들도 북한 문제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다자구도 방식은 바이든 신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비롯한 핵심 대외정책 책임자들의 면면을 볼 때 더더욱 그렇다. 특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문제를 ‘이란 핵 합의’ 모델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오바마 정부 시기(당시 부통령실 국가안보 보좌관) 이란 핵 합의 모델에 직접적으로 기여했으며 누구보다도 이란 핵 협상 모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2018년에도 그는 북핵 해법을 이란 핵 합의 모델로 강조한 바 있다. 이란 핵 합의는 미국, 이란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7개국 다자협의체였다. 즉, 이란 핵 합의 방식 적용은 곧 4자, 6자 협상을 넘어 다자적 협의체 구성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과거 중국이 주도했던 6자 회담 방식과는 다른 양상일 것이다. 미국은 이 다자협의체야 말로 남북중 밀착관계를 끊을 수 있는 묘수로 볼 것이다.

문제는 이란 핵합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핵 동결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란 핵 합의 주요골자가 핵 동결 및 핵시설 사찰 수용과 그에 대한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이였다. 당시, 이란 핵무력이 미완성단계였던 것을 감안해보면, 북한에 똑같이 적용시키기에는 무리수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이란 핵 합의는 핵 동결에만 치중한 나머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허용해주는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주요 원인이 바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억제 차원이었다. 당시의 이란과 현재 북한의 핵 능력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 수준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한은 현재 미국 본토를 위협할 만한 투발 수단을 갖추었고 핵능력도 이미 완료된 상태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 모델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북한 상황에 맞게 협상안을 조정할 것이다. 즉 핵동결이 아닌, 핵 폐기로 또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 억제 및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내걸 것이다.

이란 핵합의 모델 적용의 핵심은 미북양자회담 형식은 배제하고 다자적 협의체 구도로 간다는 것이다. 또한 정상들간의 협상(Top-Down)이 아니라 실무자 간의 협상(Bottom-up) 방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성김 전 주한대사가 지명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태 차관보는 국무부에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실무를 책임지는 최고위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의 대미 강경 메시지 이후 성 김 대사를 동아태 차관보로 지명하였다.

성 김 지명자는 2008년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였으며 2008년 6월 북한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발현장에 미국 대표로 참관한 바있고 2018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첫 정상회담 시 실무팀 대표로서 북한과 사전 협상을 했던 인물이다. 정상회담 전후로도 북한의 외교 협상팀과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수차례 미팅을 갖은 바 있다.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에도 평양에 함께 동행한 인물로 누구보다 북한 문제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미국 내에서는 ‘북핵통’으로 통한다.

이번 그의 부상은 과거 그의 대북 정책 행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자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그널이다. 그의 대북 정책기조는 과거 대북행보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서 비핵화의 첫 걸음으로 핵시설 신고를 요구한 바 있다. 이것은 이미 과거에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발현장을 경험한 성 김의 아이디어일 수 있다. 거기에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하에서도 북핵문제의 키를 ‘핵시설 신고’로 볼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해준다. 핵시설 신고에 있어 과거처럼 꼼수나 보여주기 쇼는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탄탄한 경험이 축적된 그 앞에서는 말이다. 적어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북한에 끌려갈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그의 발언을 보면 중국과 한국의 문정부가 기대하는 ‘비핵화와 제재완화의 동시적 조치’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그는(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안보와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억지 및 외교적 압박 등 모든 가용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만큼 그는 남북한에 호락호락지 않는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의 대북 강경 메시지에 강수로 응수를 한 것이다. 동시에 지난 18일 문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비핵화의지 확약’ 발언에 대한 하나의 경고장을 날린 셈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미국, 한미동맹 위기관리 적극적으로

8차 당대회 시, 김정은의 한미군사훈련 중단 메시지에 대해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3월 연례 한미군사훈련 재개와 관련,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북한과의 거리좁히기가 미국과의 거리두기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동맹의 금이 간지는 오래고 폐기될 위험수위까지 다다랐다. 북한에 대한 구애가 구차할 만큼 도가 지나쳐 버렸고 이것은 미국에 대한 반대급부로 상승 작용했다. 한미군사훈련 중단문제를 북한과 협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이것을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어떻게든 열어보겠다는 구애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동맹 간의 도리를 져버리는 행위이며 미국에게 굴욕을 안기는 처사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특히 한국과 긴밀히 상의하고 모든 권유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라고 했다. 뿌리치고 있는 한국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사인이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급히 북한도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유연한 시각을 갖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완급조절을 했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블링컨 지명자와 정의용 신임 외교부장관 지명자가 청문회 통과 후 곧 바로 미팅을 가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 둘의 만남 이후에 한미관계가 분명하게 설정될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수위조절하며 한 발 물러난 것처럼, 정의용 지명자도 같은 스텐스를 취하지 않을까 예상해보지만 과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직접 전달한 장본인인 만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수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금 제시하며 설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보인 문 정부의 그 감언이설에 바이든 정부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싱가포르 합의문 이행 및 계승을 주문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바이든 행정부는 이행불가라고 분명히 선을 그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굳건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싱가포르 합의 당시 ‘모호한 약속’, ‘동맹 약화의 신호’라고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자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뭉뚱그린 것을 지적하는 것이고 후자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한미군사훈련중단을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은 당시 이 두 가지 점을 크게 우려하며 싱가포르 합의를 정상 간의 합의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한미장관회담에서 블링컨은 한미군사훈련 중단문제를 북한과 협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 표명을 할 것 같다. 또한, 한국이 중국으로의 편승되는 것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원천봉쇄 전략으로 나올지 모른다. 어쩌면 더 강한 수를 쓸지 모른다. 족쇄를 채울 수도 있다. 그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미국은 가시적 효과를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외교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현실감각을 잃은 문 정부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자 역풍이다. 트럼프 때 보다 더 매서운 맛을 볼지도 모른다. 문 정부는 북한, 중국과의 로맨스를 꿈꾸지만 치정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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