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원 함흥분원 연구사, 국가 지시에 ‘한마디’ 했다가…

서평양여객역에서 소독 사업에 나선 북한 노동자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일하는 연구사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소독약을 연구하라는 당국의 지시에 불만을 표출해 안전부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생물분야 연구실 부실장으로 일하던 40대 중반의 연구사 한모 씨는 지난달 6일 전염병 방역에 필요한 새로운 연구 과제를 다그칠 데 대한 지시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안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앞서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 코로나19 방역에 쓰일 소독약을 빠르게 개발하라는 과제를 내렸는데, 연구사 한 씨가 이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 한 씨는 중요한 지시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집행하라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인원이라도 보충해준다면 모를까 지금 형편에서는 어렵다는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미 이 과제를 두고 연구하던 다른 연구사들까지 합세해 동조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욱 크게 번져 결국 그가 안전부에 체포되고 말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연구사들은 이미 해오던 연구 과제가 있었고 이것으로 학위를 받아야 하는 형편에 있어 동시에 다른 과제까지 이것저것 밀고 나가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며 “당에서 빨리하라고 하니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고 간부들이 재촉하는 통에 연구사들은 심혈을 기울여 밀고 나가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됐고, 그래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 다른 연구사들은 “당정책에 의견을 부린 게 아니라 그간 하던 일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답답해서 한 말인데 이것이 잡혀갈 정도인가”라는 등의 말로 한 씨의 행동을 두둔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안전부는 한 씨를 ‘나라에서 공부시켜주고 좋은 자리에 앉혀준 것도 모르고 당의 정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정면에서 도전한 배은망덕한 자’로 낙인찍어 체포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한 씨를 두고서는 함흥분원에서 쫓겨나 다시 연구사로 복귀할 수 없고 평생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로 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