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영생탑·SLBM’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호’.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지난 한 주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건 단연 북한의 ‘북극성-3형’ 발사 소식이다. 북극성-3형은 10월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됐다. 한미 군 당국은 북극성 계열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실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북극성-3형 발사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연일 ‘북극성-3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고 있다. 4일자 노동신문은 ‘지구를 굽어본 우리의 북극성’이라는 기사에서 “아직 그 누구도 만들어보지 못한 주체무기들을 연이어 탄생시킨 초고속 개발 창조력은 세계 병기사에는 물론 우리의 국방건설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가는 자주의 길은 불변의 궤도”라며 “이 길을 막아 나서는 그 어떤 세력도 멸망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한 자찬과 선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5일자 노동신문은 <10월의 특대사변, 민족의 대경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체조선의 무진막강한 국력을 시위하며 우리의 주체탄들이 대지를 박차고 우주에로 솟구쳐오를 때에도 그러했지만 수중깊이에서 발사되여 만리대공을 꿰지른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의 시험발사장면을 보며 환희와 격정을 금할수 없었다”고 선전한다. 각계각층에서 <북극성-3>형의 성공을 자축하는 모임과 결의를 다지는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과연 어떠한가.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4단체장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다시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국적기업 공단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제100회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해서는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은 공동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념사를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

통일부 장관은 또 어떠한가? 하루가 멀다고 각종 행사에 축사나 하러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의 행보는 이미 여러 번 지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일 그는 10·4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또다시 ‘평화로운 한반도’를 운운했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란 대체 무엇일까? 현존하는 북한의 실체는 보지 못한 채,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만 북한을 보려 한다. 어쩌면 지난 시대 낡은 이념의 사고체계가 화석처럼 굳어버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북중 국경지대의 한 마을 살림집 사이에 영생탑과 김일성·김정일 모자이크 벽화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독재자와 마주 앉아 평화를 말하며 거들먹거리는 그들을 보면서, 문득 북중 접경 지역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영생탑이 떠올랐다. 영생탑에 새겨진 문구는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이다. 그 영생탑을 훼손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정치범으로 간주해 엄한 처벌을 내린다. 영생탑과 김일성-김정일 벽화는 그 마을에서 가장 신성한 것으로 여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분명 죽은 자들이다. 어쩌면 죽은 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여기는 독재정권의 아집처럼, 그들 역시 자신들이 무조건 옳다 여기는 불통의 아집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한낮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탑을 신성하게 여기는 독재정권의 오만처럼, 그들 역시 권력의 오만에 취해 있는 건 아닐까? 수십 미터에 이르는 영생탑 아래에서 절규하는 북녘 주민들의 신음 소리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남한 주민들의 절규가 광화문광장에 메아리친다. 대체 언제가 되어야 한반도에 ‘배회하는 독재의 유령’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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