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자 없다’는데…평양 시민들은 ‘그 병이 나돌아’ 수군대

[평양 시민 3人 인터뷰②] “국제사회에 솔직히 호소하고 지원받아야...거짓 충성심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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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비상체제’ 아래 진행 중인 비상 방역사업들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혁명의 수도’ 북한 평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배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의 경제적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북한 당국은 시민증 없이 거주하는 인원 추방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조치를 공표했다. 또한, 이달 초엔 지방 출신 대학생을 귀향시켰고, 노병대회 개최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외부 인원 유입도 지속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충성심이 비교적 뛰어나다는 평양 시민들도 당국의 주장과 정책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앞에서는 충성을 표하면서도 뒤에서는 딴 맘을 품는 이른바 북한 주민식(式) ‘자력갱생’ 현상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데일리NK는 최근 평양의 현재 상황을 들여다보고자 총 3명의 주민들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3일 보도한 경제 분야에 집중한 인터뷰 기사에 이어 이번엔 당국의 정책에 대한 평양 시민들의 평가와 더불어 체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짚어 보고자 한다.

평양 만경대구역에서 의료진이 주민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다음은 평양 시민들과의 일문 일답 정리>

A : 평양시 통일거리 거주 가두 여성(가정주부)
B : 평양 평천구역 거주 일반 대학생
C : 과장급 평양 간부

– 추방 이야기가 나온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A : “추방은 평양시에 늘 있는 일이다. 다만 최근엔 좀 달라졌다. 아무런 죄가 없는데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쫓겨나야 된다는 것이다. 색시가 지방 녀성이라면 이제는 남자도 지방가야 할 판이다. 이제는 결혼대상도 평양에서 골라야 할 분위기다. 그래서 주변에 보면 시집, 장가 안 간다고 한다.”

B : “우리 학급에서도 한 동무가 가족 전체가 추방 조치돼서 이제 학교에 안 나온다고 했다. 그의 딱친구는 며칠간 힘들어하면서 같이 울었다. 다만 속상해도 대놓고 말하면 위험하다. 학급 동향이 대학청년동맹이나 당위원회에 보고되기 때문에 슬퍼도 몰래 우리끼리 해야 한다.”

C : “배급과 특별공급이 있는 평양시 거주는 조선(북한) 사람들의 평생소원이고 꿈이다. 가뜩이나 전염병으로 어수선하더니 3월부터는 여기저기서 추방 대상 딱지를 붙이고 나섰다. 시 안전부, 시 인민위원회, 시 당위원회가 나섰으니 어쩔 수 없이 지방 가게 됐다고 아우성이 많이 들린다.”

– 돌연 또 방학을 단행했는데, 왜 그런 것 같나?

A : “전염병이 생각보다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당(黨)에서 말하듯이 이번 전염병에 일단 걸리면 다 죽는다는 무서움 때문에 국가가 전파 가능성을 줄이려고 그런 것 같다.”

B : “대학에 열이 나는 동무들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37.8℃도 괜찮다고 하다가 갑자기 한 개 학급을 다 자가격리 조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학생들이 (탈북자) 규탄모임에 7번 정도 나갔다. 그 후로 갑자기 방학 방침이 나왔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열이나 감염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는 말이 나돌았었다.”

C : “걸리면 약도 없다고 하는데…. (아무튼)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주인공인 학생들 건강이 우선이라는 말만 관계 기관에서 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25일 열렸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 코로나 비루스 방역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국가의 주장에 의문이 들만한데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나?

A : “코로나라는 말은 안 한다. 다만 파라티푸스와 돌림 결핵감기 환자가 늘었다. 사람들은 그게 ‘그 병’일 수도 있다고 한다.”

B : “어느 학부에서 3월부터 돌림결핵성 감기가 돈다고 했는데 학교에서는 입학 때 결핵균이 조금 잠복하고 있던 학생들이라고 했다. ‘그런가 보다’ 넘어가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일부 학부에서는 ‘그 병이 아닌가’고 수군댔었다.”

C : “먹을 것이 없고 살기힘든 때 전염병이 우리나라에 터졌다면 직장에 나오겠다는 사람이 있겠나. 전염병 자가격리 인쇄물이 아직 붙어있는 곳도 있다. 인민들은 이미 다 알 것이다. 국가는 그냥 비루스(바이러스) 아니라고만 한다. 요새는 인민이 더 똑똑하다.”

– 올해엔 지속 ‘자력갱생’ ‘정면돌파전’을 강조하고 있다.

A : “자력갱생은 가정들에서 녀성들이 이미 해오고 있다.”

B : “옳지 않다고 본다. 자력갱생을 원한다면 중국처럼 특색있는 사회주의 체계로라도 전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C : “사상적 무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안 되는 구호라도 외쳐야 할 판이다. 다만 오늘날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간부들도 다 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위대한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67돌을 경축하는 축포 발사가 27일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 충성심은 낮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

A : “국가에 별로 바라는 것도 없다. 배급만 잘 주고 생활만 조금 넉넉해지면 농촌 동원 시켜도 의견 하나 없을 것이다.”

B : “로병(老兵)이나 나이 지긋하신 분이 있는 가정은 충성심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세대들은 다르다. 직접 말은 안 하지만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려고 애국심으로 공부하는 대학생들은 한 명도 없다.”

C : “충성심 있다. (다만) ‘국가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는 생각으로 받드는 충성일 뿐이다.”

–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A : “고기까지 안 바란다. 낟알, 남새, 소금, 물, 전기는 좀 정상공급되면 좋겠다. 특히 낟알과 전기가 중요하다. 낟알을 먹어야 목숨을 부지하고, 전기가 있어야 빛을 보면서 살 수 있지 않겠나.”

B : “전염병 치료약이 (외국에서)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가적으로 치료약이 1급병원에도 부족한 것으로 안다. 젊은 청년들이 치료도 못 받고 죽는 것은 막았으면 한다.”

C : “병원을 짓는 것도 좋은데 전염병 관련해서는 솔직히 국제사회에 호소했으면 한다. 그래서 쌀도, 필수품도, 약도 지원받아야 한다.

또한 국가에서는 자력갱생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자랑스런 인민이라고 하는데 인민들의 말을 들어나 봤는가. 나라의 정책이 대전환되어야 한다고 본다.”

(끝)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