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님이 평양 인민 생활 개선해 준다?…NO! 자력자강이 최고”

[평양 시민 3人 인터뷰①] "당국 경제 개선 정책 기대감 없다...책임질 말만 했으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지난달 8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는 ‘평양’에 맞춰 있다.

그는 지난달 초에는 직접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도(평양) 시민들의 생활 보장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라”고 하더니 얼마 전엔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에 직접 찾아가 더딘 공사 속도에 불같이 화를 쏟아냈다. 전형적인 김정은식(式) 인민애 과시 행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은 내면의 뜻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칫 다른 지방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낄 만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 모습에서 오히려 혁명의 도시 평양도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데일리NK는 최근 평양의 현재 상황을 들여다보고자 총 3명의 주민들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제, 정치 분야로 나눈 2차례의 기사를 통해 평양 시민들의 경제적 곤궁과 그에 따른 당국의 인식의 변화를 짚어 보고자 한다.

평양종합병원 공사. /사진=노동신문·뉴스1

<다음은 평양 시민들과의 일문 일답 정리>

A : 평양시 통일거리 거주 가두 여성(가정 주부)
B : 평양 평천구역 거주 일반 대학생
C : 과장급 평양 간부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 “2012-2014년 사이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서너 달 배급 안 주다가도 한 번에 다 몰아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준다고 하다 안주거나 후에 준다 해도 제량을 다 안 주면서 ‘국가사정’이라고만 한다. 이러니 가정이 유지가 되겠나.”

B : “5월에 일주일 정도 대학 기숙사 식당에서 강냉이(옥수수) 빵을 1개씩 준 적도 있었다. 배고파서 강의실에 가면 애들이 칠판 글이 안 보였다고 했다. 난 부모에게 말을 해서 밥을 더 사먹었지만 지방 애들은 물을 더 먹으면서 달래곤 했었다. 정말 불쌍해 보였다.”

C : “2년 정도는 배급을 아예 안 줘도 버틸 수 있는 딸라(달러)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우리 집도 버티기는 어렵다. 나도 이런데… 아마도 하급 간부나 일반 시민은 정말 힘들 것이다.”

– 7월엔 배급을 줬다는데?

A : “어쩌다 주니 좋긴 했다. 하지만 7월 지나도 계속 안 주면 먹고살기가 아뜩하다. 안 준 배급량(4~6월분)은 10.10(당 창건 기념일)까지 배급소에서 준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근데 남새(채소)는 안 주니만 못하다. 장마당에 가면 물을 머금은 싱싱한 남새가 가지가지 다 있는데, ‘원수님(김 위원장) 배려’라고 공급해주는 건 그러지 못하다. 채과도매소에서 그냥 (공급량의) 절반만 가져와서 먹었다.”

B : “이달 1일부터 방학해 집에서 과제를 하고 있는데, 보니까 집에서는 배급 한 달 풀어줬다고 이달은 넘길 수 있다고 부모들이 좋아하더라. 지방 애들과 전화해보면 자기네는 배급을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C : 요번에 주변농장들이나 지방들에서 제법 싱싱한 남새를 실어다 시 구역에 나눠줘도 시들었다는 이유로 안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남새 공급 일군(일꾼)들이 ‘시민들이 아직 배가 불렀나보다’면서 수군댔다고 들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낙랑구역상하수도관리소를 두고 “최근 시민들의 먹는 물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사업에서 전진이 이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내각에서는 물 공급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 “전에도 수압도 올려주고 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전혀 되지 않았다. 이미 집에 3톤짜리 물 땅크(탱크)를 마련해 뒀다. 역시 가정 자력갱생이 최고다.”

B : “우리 동네는 그나마 물을 잘 준다. 하루에 한 번 정도 들어온다. 다만 낡은 아빠트나 고층은 도르레로 길어올려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물 나오면 온 동네가 전투다. 다른 동네는 더 심하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솔직히 기대감이 없다.”

C : “이걸 집행하는 사람들은 물 고생을 안 하는 간부들이다. 국가 수도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안면 있는 기관장들에게 50리터짜리 물통 여러 개를 밤에 공급받곤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산다. 수도공급개선 조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평양시 상수도관은 거의 80년대 말에 교체한 것으로 낡았다. 이걸 어떻게 다 개선하나? 책임질 말만 하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생활은 어떤가?

A : “아빠트 경비실 앞에 모여앉아 얘기하는 것을 보면 ‘배급만 가지고는 온가족 굶어죽는다고 한다. 우리집도 같다. 그러니 녀성들이 장사하려 다녀야 할텐데 전염병으로 래왕도 못 한다. 전에는 시민증 하나면 여행증명서 없이 사방팔방 다 다녔는데 이제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승차용 벌이버스는 전멸되다시피 했다. 이제는 짐만 나른다고 한다.

그러니 적은 돈으로 조금씩 벌이해온 사람들은 다 죽게 됐는데, 큰돈으로 움직이는 돈주들은 전이나 지금이나 짐쏘기 장사로 돈을 벌고 있다.”

B : “부모님들 힘드니 방학 기간에 사실 자전거로 장사해서 보태드리려 했는데 전염병 때문에 통제가 심해져서 그것도 힘들게 됐다. 어머니도 대놓고 ‘쪼개 먹고 조절해 먹자’고 하신다. 이제는 정말 ‘절약’만이 살길이다.”

C : “풍청거리며 살지는 못해도 하루 세끼는 굶지 않는다. 다만 평민들은 확실히 힘든 것 같다. 직장 출근 로동자 수를 부서별로 장악해보면 30% 안 나온다고 한다. 절량세대(식량이 떨어진 가정)로 등록된 가정 방문해보면 다 얼굴이 부어있었다. 국가가 조치 안 하면 정말 무슨 일이 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