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건축’과 동떨어진 김정은 특각의 호화 리모델링

[북한비화] '애민정치'에 건축 활용한 김정은…비밀리에 특각 리모델링 진행

평양시에 설치되어 있는 사회주의 수호 선전물.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위성과학자주택과 김책공업대학교육자주택 등 평양 내 주민 살림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북한 전역에 걸쳐 애육원, 양로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시설 확장 열풍이 일던 지난 2014년. 김정은은 이를 통해 북한 내부적으로 인민사랑과 인간애적 풍모를 갖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살림집 및 인민봉사시설 건축을 주민 복리를 위한 최고지도자와 당의 배려의 산물임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던 그 당시, 김정은은 함경남도 마전 특각(별장)과 평안북도 묘향산 특각, 평양시 삼석구역 특각과 초대소 3곳을 신식으로 호화스럽게 탈바꿈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비밀스럽게 지시했다.

마전 특각은 김일성이 생전에 손자인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과 함께 자주 머물렀던 곳이며, 묘향산 특각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세계 각국 대통령들과 저명한 인사들에게서 받은 선물, 귀중품을 전시해 놓은 국제친선전람관과 김 씨 일가 전용 치료 전문병원인 향산진료소 등이 위치한 묘향산지구 내에 별도로 마련된 휴식장소다.

내외관 모두 리모델링 대상이었던 평양 삼석구역 특각과 초대소는 김일성이 캄보디아의 노르돔 시아느쿠(Norodom Sihanouk) 국왕에게 내어주었다가 사적건물이 된 곳인데, 김정은은 이곳을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서도 건축미학적으로도 세계가 인정할 만한 수준의 내부 장식과 구조를 갖춘 공간으로 훌륭하게 꾸미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리모델링에 참가한 1여단의 설계, 시공, 디자인, 건축 전문가들은 당에서 내려 보낸 전경도와 실내 설계도를 놓고 2년에 걸쳐 손색없이 공사를 진행했고, 2016년 4월 마침내 모든 특각이 완공됐다.

건축학에서 정의하는 좋은 건축물의 요건은 합목적성, 독창성, 경제성, 심미성을 갖추는 것이다. 완공된 특각의 인테리어는 건축양식의 꽃을 피웠던 고대 그리스와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를 아우르는 복합미학적인 완성도는 물론 현대의 4차원적인 공간감까지 완벽히 구현된 그야말로 건축예술의 극치였다.

특각 리모델링 공사에 동원됐던 1여단 군인들과 일꾼들은 인민건축과 비교해 하늘과 땅만큼 실로 엄청난 수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특각의 호화스러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 주민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웅장하고도 세련된 특각의 모습에 기가 막혔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보고도 차마 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북한은 대학의 건축학도들과 건설일꾼들에게 ”건축은 특권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민대중의 입장에 서야만 진정한 ‘건축예술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장애인, 노약자 등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진정한 삶의 터전을 위한 건축가와 설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눈부신 건축물로 변모된 김정은의 주요 특각들은 주민들의 살림집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인민대중과 동떨어진 특각 건물들을 주민들이 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결국 내부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탈바꿈하면서도 외부는 단지 깔끔하게만 보이도록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김정은은 특각 리모델링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건설공사에 1여단의 한 개 연대만을 차출해서 건설에 동원했다. 사저, 관저, 별장, 벙커 등 김정은의 신변안전과 호위, 휴식을 위한 시설을 건설한 1여단 특각전문 건설연대 군인들은 제대 후에도 소위 ‘닫긴구역’에 살도록 하라는 후속 조치에 따라 지금껏 철저히 격리된 채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