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득보다 실 많은 北 ‘국경봉쇄’…잃은 것은 무엇?

무역감소·환율폭락, 경제적 혼란에 요동치는 민심…전투군단 국경 투입으로 전력 손실마저 초래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얼어붙은 두만강 위에 북한군 경비대가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에 따라 국경을 전면 차단한 이후 근 1년간 봉쇄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러스 유입을 철처히 막기 위한 공세적인 조치로 풀이되지만, 이에 따른 ‘실’(失) 또한 만만치 않다.

국경봉쇄로 북중 교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밀수로 생계를 이어가던 국경 주민들의 ‘밥줄’이 끊기면서 민심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경봉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 최정예 전투부대인 폭풍군단이 국경에 투입되면서 막대한 전력 손실마저 초래되고 있다.

데일리NK는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을 되돌아보며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로 내부에서는 어떤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이로 인해 북한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짚어봤다.

달러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사진=pixabay

무역 감소와 환율 폭락…내부 경제 혼란 가중

지난 10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10월 북중무역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북중무역은 지난해 동기 대비 99.4%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10월 누계 북중무역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장기화로 북중무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 내부의 외화 부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6000원대까지 폭락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이를 두고서는 북한 당국이 민간의 외화를 재정으로 흡수하려는 의도에서 외화 사용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주머니를 굳게 닫고 시장에 외화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은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딸라(달러)나 비(위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지금은 돈데꼬(환전상)들보다 중고 되거래 장사군(장사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외화 대신 사용하던 텔레비전이나 오토바이 등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중고 제품을 취급하는 업자들이 하나둘 생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년 초 8차 당대회 이후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 보고 미리 최대한 싼 값에 제품을 사들였다가 후에 수요가 생기면 더 비싼 값에 제품을 팔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 5월 중순 양강도 혜산에서 포착된 꽃제비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생계난 직면한 주민들 ‘아우성’…민심마저 잃어

이렇듯 북한 내부 경제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주민들 특히 국경 지역 주민들의 아우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밀수로 생계를 유지해왔던 국경의 주민들은 당국의 강력한 국경봉쇄로 수입원이 사라지게 됐고, 이에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하다”며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지금은 돈주들도 하루에 1전도 못 번다”면서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고 하면 잘 사는 것이고, 대부분은 하루에 한끼를 죽이나 시래기밥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요즘에는 아침에 보면 혜산역전이나 위연역전, 대학 기숙사 주변이나 도 예술단 건물 주변에 짓다만 건설장들에 죽은 꽃제비들이 엄청 많다”며 “여기저기서 사람이 굶어 죽어 분위기가 스산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국경봉쇄 작전을 위해 투입된 내륙의 군부대가 국경에서 보다 강화된 단속과 통제를 벌이면서 당국을 향한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내부의 민심 이반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체제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데일리NK에 “어찌면 지금이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이고, 그렇다보니 내부적인 위기 지수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심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주민 생활을 풀어줘야하는데 당장 가시적으로 민생을 안정시킬만한 경제효과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내년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폭풍군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3년 조선인민군 제1973군부대 산하 2대대를 시찰했다. 1973군부대는 평안남도에 있는 11군단(일명 ‘폭풍군단’) 산하 특수부대로, 이 부대는 서울 침투 등 후방교란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초유의 전투군단 국경 투입…북한군 전력 손실?

현재 북한 당국은 국경봉쇄 작전을 위해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을 전 국경 지역에 투입한 상태다. 폭풍군단은 한국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유사한 군 조직으로, 북한에서는 ‘살인병기’라 불릴 만큼 최정예 병력으로 꼽힌다.

전쟁 시 적진에 몰래 침투해 적의 배후 타격·교란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된 부대지만, 이들은 북한 당국이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특명’을 받고 국경에서 밀수 감시 등 전방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형편이다.

소식통은 “폭풍군단이 뚱딴지같이 국경에 오면서 이달 1일부터 시작된 동기훈련도 제대로 못 참가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만큼 전쟁준비, 싸움준비를 못하는 것이니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열악한 숙식 환경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 인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군단의 규정 공급량은 본래 하루 800~1kg이지만, 지금은 600g 정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국경지역 주민들의 홀대에 사택음식 마저 먹지 못하고 있으며, 영양 부족에 따른 면역력 저하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국경에서 근무하는 부대는 사실 지역 주민들의 지원이 없으면 발붙이기 힘든데 지금 주민들은 밀수를 통제하는 폭풍군단을 미국보다 더 미워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가뜩이나 정량도 공급받지 못하는데 매대집에서 외상도 못하고, 세목장도 없는 임시 가설물에서 힘들게 생활하다보니 병에 걸리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