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北주민에 물어봤다… “자력갱생만 외치니 무능해 보이더라”

[北 민심 어떻길래②] 소식통 “주민들, 폐쇄 정책 아닌 교류 활성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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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순천 지역 시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김정은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기 전만해도 김정일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은 정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 아사 시기)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진행된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책임비서들이 항상 민심을 중시하고 자기 사업에 대한 평가를 인민들에게서 받아야 한다”며 직접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데일리NK는 평안북도 소식통을 통해 국경지역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민심 중시’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또한 실제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소식통과의 일문일답.

김 위원장이 책임비서들에게 항상 민심을 중시하라고 지시했다. 민심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제 배부르면 남 배고픈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원수님(김 위원장)이 딱 그 실례다. 민심을 중시하고 싶어도 나라의 경제가 한심한데 책임비서인들 별 뾰족한 방법이 있겠나. 그 속사정을 꼭대기(당국)에서만 모르는 것 같다. 책임비서들에게 민심을 중시하고 사업평가를 인민들에게 받으라는 발언은 마치 인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늘상 외교(정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예전에는 김정일보다 낫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김정일 때는 선군정치를 한다면서 군대만 내세우고 그들을 깡패처럼 만들었는데 그래도 지금 원수님은 말이라도 인민대중제일정치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생활도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제가 힘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가 지나가도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거보다 지금 생활이 더 힘든 상황이고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주민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나.

“생활이 어려울수록 통제는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시장에 대한 통제가 코로나 이전보다 강화됐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통제에 수긍하면서 나름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시장 허용 시간 안에 장사를 끝내고 시장에 못 나오는 사람들에게 전화로 주문을 받아 직접 갖다주기도 하는 등 단속 안에서 장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세금 부담이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나라가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니까 인민들한테 돈을 뜯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한다.”

북한 당국의 정책 중 가장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자력갱생 같은 말도 안되는 경제 정책만 내놓는 것이다. 몇십 년 동안 이미 자력갱생을 해보지 않았나. 자력갱생으로는 절대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강제적으로 관철하려 하는 것은 지도부 역시 별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엔과 계속 적대적인 관계로 가면서 제재 철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코로나처럼 어려운 상황이 닥쳐 인민들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만 강조하는 것은 무능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북한 당국이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하나.

“말도 안 되는 정면돌파전 같은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경제봉쇄(대북제재)가 완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그 다음 북남(남북) 교류를 통해 남쪽(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교류가 늘어나면 인민들의 경제적인 생활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밖에 다른 나라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활발하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인민들 생활도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인민생활향상을 강조하며 애민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직접 수해 현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당창건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들을 향해 울먹이며 “미안하다” “고맙다”를 반복했던 것도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당 간부들을 지도하며 “민심에 귀 기울이라”고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최고 존엄이 직접 ‘민심’을 의식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데일리NK는 특별 취재를 통해 김 위원장의 민심 발언에 대한 간부 및 일반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실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속마음을 읽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