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서 사흘에 한 번씩 ’80일 전투’ 자금 요구… “죽을 맛”

인민반장들이 각 세대 돌며 모금 사업 진행…가정 형편에 따라 금액에 차등 두기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이른바 ‘전투 자금’ 요구에 주민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80일 전투에 돌입한 후부터 인민반장이 3일에 한 번씩 자기 구역의 살림집을 돌며 돈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반장들은 80일 전투를 위한 것이라면서 모금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자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구역 내 주민들의 상황을 꿰차고 있는 인민반장들은 집집이 재산이나 주머니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형편에 맞게 차등을 두어 자금을 거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민반장들은 일반적인 주민 세대에서 사흘에 한 번씩 3위안(한화 약 500원) 정도를 거둬가고 있으며, 돈이 좀 있거나 비교적 벌이가 좋은 세대에는 5~10위안(약 800~1600원) 혹은 물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3일에 한 번씩 인민반장이 찾아오니 죽을 맛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각종 건설이나 피해복구 물자를 각자 알아서 정도껏 내면 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봐주지 않아 더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의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로 밀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보위부와 국경경비대, 세관 일꾼들의 상납 요구도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들은 밀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쏠쏠하게 뒷돈을 받아 챙겨왔는데, 밀수가 막히면서 뇌물 수입이 덩달아 줄어들자 주민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본보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신의주의 단속기관 일꾼들과 세관 간부들의 과도한 뇌물 요구로 주민들이 아우성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더욱이 일부 북한 관료들은 모아둔 재산이 있는 주민들의 집에 직접 찾아가 대놓고 돈을 바치라고 하는 등 뻔뻔스러운 행동까지 일삼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련기사 보기: 코로나에 타격받은 간부들?… “알아서 바쳐라” 노골적 상납 요구)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80일 전투 명목의 모금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신의주 주민들이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나라에 돈이 없으니 80일 전투를 내세워서 사람들을 쥐어짜는 게 아니겠냐”면서 “그것도 국돈(북한 돈)은 가치가 없으니 악마처럼 중국 돈만 뽑아가는데 사람들도 이제는 악에 받칠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연일 80일 전투 총력 매진을 주문하면서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1면 사설에서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서 오늘의 80일 전투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전투, 반드시 승리를 안아와야 하는 전투”라며 “누구나 80일 전투 목표가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는 성스러운 투쟁과업이라는 것을 뼈에 새기고 몸이 열 조각, 백 조각이 난다 해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정신으로 가슴 불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