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타격받은 간부들?… “알아서 바쳐라” 노골적 상납 요구

무역중단 여파에 뇌물수입 줄어든 신의주 보위부·세관 행패 갈수록 심화…주민들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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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 다리 뒤로 올해 완공된 것으로 알려진 둥근 형태의 건물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강력한 국경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로 북·중 접경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관료들의 행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최근 신의주에서 단속기관 일군(일꾼)들이나 세관 간부들의 뇌물 요구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 대한 단속도 늘어나 사람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해 코로나19로 올해 초부터 국경이 폐쇄돼 무역과 밀수가 막히자 그동안 무역일꾼들과 밀수업자들로부터 각종 뇌물을 받아 챙겼던 북한 관료들의 주머니 사정이 덩달아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무역 및 밀수 거래 중단에 따라 뇌물 수입이 줄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 보위부와 국경경비대, 세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노골적으로 상납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을 과도하게 단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무역이 될 때는 밀수꾼들이 매달 2000달러(한화 약 220만 원) 정도를 보위부나 세관 간부에게 각각 (뇌물로) 바쳤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무역이 안 돼서 돈을 받질 못하니 괜히 시장에 와서 이것저것 불법이라며 단속을 심하게 하고 백성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북한 당국에서 보장해 주던 배급도 끊기다시피 하고 여기에 무역 중단 여파로 짭짤하게 벌어들이던 뇌물 수입까지 줄어들어 생계가 막막해지자 애꿎은 주민들에게서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보위부 간부들은 밀수업자들 집에 모아둔 재산이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직접 찾아가 뇌물을 받아내려 하는 등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밀수꾼들은 파리떼(보위부)들이 얼마나 많이 붙었는지 매일같이 와글와글 몰려온다. 밀수가 안 돼 벌이를 못 하는 데도 돈을 바치라고 난리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고 했다.

한편, 얼마 전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검열을 받은 신의주 세관의 간부들도 최근 밀수업자들에게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월 신의주 세관에 대한 중앙의 강도 높은 검열이 이뤄졌고, 이에 세관 간부 등 80여 명이 뇌물 착복 등의 혐의를 받아 체포됐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신의주 세관 관련 80名, 수용소行 예고… “살림집서 돈다발 나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전례 없는 강력한 검열이 이뤄져 소위 ‘뒷돈’을 받은 간부 등 관련자들이 모조리 적발되고 세관 종사자들이 대폭 물갈이됐으나, 후임으로 온 이들 역시 전에 있던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어떻게 알았는지 새로 온 사람(세관 간부)이 밀수꾼들 집에 찾아가 ‘돈을 얼마 가졌지 아니까 알아서 바쳐라’라고 말하면서 대놓고 뇌물을 요구했다고 한다”며 “이렇게 하루에 2~3명씩 찾아와 돈을 고이라(바치라)고 하니 밀수꾼들이 살 수가 없다고들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