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국경지역 주민들의 해외 통화를 단속하기 위해 감청 장비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갈수록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단속이 심해졌다”며 “웨이신(위챗(微信))으로 보내는 통보문(문자)이나 전화도 잡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20일경 통신 감청 장비를 중국을 통해 들여왔다. 이 장비의 정확한 제원과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독일 및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기존 통신감청 장비는 주로 기지국을 통한 전화나 문자는 감지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메신저는 단속하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중국과 통화해야 하는 경우 북한 주민들은 국제전화보다 위챗 사용을 선호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챗도 단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방지를 목적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밀수 금지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커지자 당국이 내부 통제와 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통신감청 장비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나 단련대 정도로 가볍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평소 보위부 간부들과 친하게 지낸 사람들은 뇌물을 주고 단속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새로운 장비까지 들여온 지금 상황에서는 단속에 걸리면 시범껨(본보기)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다”며 “다들 (중국과의) 통화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에도 통신도청 설비를 수입해 평양과 각 도 소재지 및 특별시 기지국에 설치한 바 있다.
이 도청설비는 북한의 이동통신망인 고려링크와 강성네트 사용자들의 통화 내용을 검열하기 위한 장치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 통신도청 설비 들여와 지역마다 설치 중…내부 감시·통제 강화)
국가보위성은 도청 장비를 통해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불법 도강과 같은 정치적 위법행위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밀수, 외화거래 등 경제활동도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신의주 세관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검열 이후 대다수의 세관원이 교체되면서 밀수자와 세관원들의 커넥션도 약해진 상황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신의주 세관 관련 80名, 수용소行 예고… “살림집서 돈다발 나와”)
과거에는 세관원들에게 일정 정도 뇌물을 주고 밀수를 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밀수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도 나가지 못하게 한다”며 “세관 사람들도 다 바뀌어서 뇌물 주고 몰래 (중국 쪽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중국) 전화마저 이렇게 강력하게 단속하니 ‘우(위)에서 신의주를 말려 죽이라고 작정을 한 것인가’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