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를 입은 북한 함경북도 어랑군에서 복구작업에 투입된 건설자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평양에서 내려온 건설자들이 어랑군 피해복구에 동원된 상태인데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도 일을 빨리 다그치지 않고 건설자재들을 빼돌려 술을 마시는 등 부패하고 해이한 행동을 보이는 데 대해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어랑군에서는 살림집 건설이 빠르게 진척되지 않아 건설자들과 현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자들은 날씨가 추워 시멘트가 잘 굳지 않는다면서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면 질이 떨어지니 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주민들은 날씨가 추워지는데 한시가 바쁘다며 그렇게 질질 끌어서 언제 새집들이를 하겠느냐고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자들이 시멘트를 비롯해 공사에 쓰이는 자재들을 몰래 빼돌려 술과 고기를 사 먹는 문제 행동들이 주민들 눈에 띄면서 주민 여론이 더욱 들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태풍피해로 남의 집 윗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 30여 명은 살림집 건설이 진척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나 군당(郡黨) 신소과에 찾아가 항의했다”면서 “주민들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개인들에게 자재를 나눠줘서 자기 집 공사를 개별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군 당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동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국가 자재를 제 마음대로 개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정이 아니다. 꼭 빨리 대책을 취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동원된 건설자들에게 군당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로 여겨져 사실상 군당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주민들은 군당 선에서 일이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고 집단적인 청원으로 중앙당에 신소 편지를 올리려 했으나, 편지가 도중에 무마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언제 평양에 닿을지 모른다는 막연함에 결국 함경북도 당위원장에게 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의 신소 편지를 받은 도당위원장은 일꾼들을 보내 피해복구와 살림집 건설이 빨리 진척되도록 나서게 하는가 하면 도 인민위원회 전문 검열부서 일꾼들도 현장에 파견해 부기 장부와 자재 상태를 철저히 조사·파악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