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경비대 중대 해산, 대대 교방까지… ‘혜산사건’ 거센 후폭풍

양강도 당위원장 등 3명, 국경부대 교방 제의서 올려…김정은 비준과업으로 내려져 집행

지난 2018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양강도 혜산 밀수사건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과 연관된 국경경비대 1개 중대를 해산하고 대대 전체를 함경남도로 내려보내는 한편, 국경 지역에서 군민(軍民)이 합심해 밀수하는 고질적 병폐를 끊어내려는 목적에서 향후 대대적인 군 주둔지 교체(교방)를 예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지난주 초 양강도 당위원장과 폭풍군단장(11군단장), 양강도 현지에 투입된 7군단 부대장 등 3명이 중앙에 교방에 대한 제의서를 올렸다”며 “이것이 1호 보고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올려졌고, 22일 비준과업으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제의서에서 이번 밀수사건을 ‘혜산사건’이라 지칭하고, 국가적으로 비상방역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경에서 군민이 한 덩어리가 돼 밀수 등 각종 비법 행위들을 조장하고 있다며 유착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8차 당대회 전에 국경 부대를 교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의서에는 10가지 조항으로 된 대책이 덧붙여졌는데, 그중 핵심 내용은 여러 부대에서 우수한 인원들을 선발해 교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1개 군조직 인원들이 들어오게 되면 지금과 같은 현상이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들은 혜산사건의 주모자들이 속한 중대를 해산할 데 대한 인민군 당위원회 결정서를 받겠다는 점을 제의서에 담아 올리기도 했다. 군대를 해산하려면 반드시 인민군 당위원회의 결정이 있어야 해 사실상 중대 해산을 위한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의 제의서는 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됐고, 이후 지난 22일 중앙당에서 비밀리에 1호 비준과업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함경남도, 평안남도, 남포시, 황해북도 등등 지역의 서로 다른 군종, 병종, 구분대에서 교방 인원을 선발 조직하는 사업을 총참모부, 총정치국, 대열보충국에 위임한다는 것과 인민군 당위원회 결정서에 의해 해산 통보된 부대를 즉시 해산한다는 것이 비준과업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에 따라 23일 오전 양강도 혜산 밀수사건과 연관된 국경경비대 1개 중대가 해산됐으며, 24일에는 해당 중대가 속해 있던 대대가 함경남도 영광군의 1개 대대와 교대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지에는 일부 지휘부 인원만 남아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소식통은 “함경남도에 있던 대대가 만대열차(전용열차)로 혜산에 오면서 24일 위연역이 봉쇄되고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며 “이후 혜산에 있던 국경경비 대대 인원들이 비상 소집돼 그 만대열차를 타고 함경남도로 갔는데, 이들은 갑자기 가게 되면서 주민 사택에 맡겨둔 개인 짐이나 돈을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교방은 현지 주민 사회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그동안 국경경비대를 끼고 밀수해왔던 40대 후반의 한 여성 주민이 자신과 연계돼 있던 경비대 인원들이 다 함경남도로 내려가 밀수 통로가 끊기고 대금과 물건까지 받을 수 없게 되자 분신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매대집을 운영하며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외상을 주기도 하고 돈을 빌려주기도 했던 현지 주민들 역시 돈을 받아 낼 길이 없게 돼 손해가 막심하다며 아우성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앞으로 대대적인 교방이 이뤄진다는 소문에 주민들이 너도나도 군인들에게 빌려준 돈과 밀린 외상값을 받겠다고 나서며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에게 군 최고계급인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실제 소식통은 “앞서 비준과업 집행 정형을 보고 받고 향후 대책을 토의하는 도당 전원회의를 소집, 지도하기 위해 리병철이 혜산에 내려왔는데, 그는 양강도 국경 군대만 교방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단 양강도를 시작으로 국경 전 지역에 대한 교방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경과 내륙의 군부대를 교대 배치해 국경을 더욱 강하게 봉쇄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에 주민들은 “이렇게 교방까지 할 줄 몰랐다” “이제는 진짜 죽으라는 것 아니겠냐”며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리병철은 양강도 현지에 내려와 국경을 넘는 도주자들을 한 명도 없게 만드는 것이 당의 최종 목표라고 밝히면서 도당과 도 사법검찰, 안전보위 기관들에 주민단속·장악·통제 사업을 더 세밀하게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른바 ‘위험분자’를 부류별로 정리한 관리 명단을 만들어 평상시 철저히 감시하고 교양 처리로 안 되면 법적으로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국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자들과 돈 이관꾼, 밀수꾼, 인신매매꾼을 비롯해 숙박업소 업자들도 위험분자 부류에 속한다”며 “숙박업자들은 기본 말투가 다른 앞 지대 주민들이 승인번호나 증명서 없이 와도 돈을 벌려고 신고도 하지 않는 데다 심지어 인신매매꾼과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리 명단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