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부들, 통신연락선 복원에 “의미 없어…남조선 평화 구걸”

[직격인터뷰②] 중앙·지방 간부들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일축…"대통령 누가 되느냐에 달렸다"

옥류교
평양 옥류교. / 사진=조선의 오늘 홈페이지캡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는 소식을 접한 일반 북한 주민들은 남측의 식량 지원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그만큼 주민들이 ‘먹고사는’ 것에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먹거리 걱정이 덜한 간부들은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데일리NK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이뤄진 직후 북한 각지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간부 계층은 남측의 지원에 기대감을 드러낸 일반 주민들과 달리 이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했다. (▶관련기사 보기: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 들은 北 주민 “쌀 들어오는 건가”)

실제 본보와 이야기를 나눈 양강도의 한 간부는 “통로 하나쯤 복원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평양의 간부는 “이 사실을 아는 간부들은 아무 의미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남측이) 평화를 구걸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는 통신연락선 복원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에 나온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도 이 같은 문구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정작 북한 내부의 간부들은 관계 개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북남(남북)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8차 당 대회)과 결을 같이 했다.

평양 간부는 “복원한 현상 하나 가지고 북남관계가 개선된다 만다 논할 가치나 여지도 없다”고 잘라 말했고, 양강도 간부는 내년에 있을 남측의 대통령 선거를 거론하면서 “북남관계는 결국 남조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평양, 양강도 간부들과의 일문일답.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는 소식을 접했나? 소식을 접하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평양 간부(이하 C): 바로 접하지는 않았고, 3호 청사(통일전선부)나 외무성 쪽에 아는 사람을 통해 들었다. 근데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남조선과 고무줄 당기기를 하려고 일단 복원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밀고 당기고 하려면 뭔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연결했다가 또 끊든 제재를 가하든 그것으로 뭔가 하려고 일단 복원한 것 아닌가 한다.

양강도 간부(이하 D): 보위기관 일군(일꾼)들에게서 들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북남관계가 발전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작년 6월인가 연락사무소 폭파한다고 했을 때 적위대에 실탄을 나눠준다는 소문이 퍼지고 전쟁 분위기로 굉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복원됐다는 건 북과 남이 뭔가 하겠다는 것 아닌가. 코로나 때문에 국경 닫히고 군량미도 없고 지금 배급도 못 주는 형편이니 쌀을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코로나 투성이인 남조선에서 물자를 받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13개월간 모든 남북의 연락망이 단절됐다가 정상 간 합의로 재개됐다. 이로써 북남 간 신뢰 회복, 관계 개선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나?

C: 이 사실을 아는 간부들은 아무 의미 없다고 이야기한다. 북남관계에 뭔가 있으려면 후속 사업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포치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간부 강연이나 강습 때 죽어도 자력갱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계속 교양하고 있다. 이런 당 정책을 아는 조건에서 외부의 힘을 바라거나 관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그리고 남조선과 관계 개선할 것도 없다. 작년 6월에 연락사무소 폭파했는데도 가만있지 않았나. 남조선은 그저 장기판의 장기쪽(장기알)에 불과하다. 남조선은 조미(북미) 사이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그저 당 정책대로 밀고 간다. 북남관계 회복이요 전진이요 이런 건 당의 정책과 노선에 기준하는 것이지 복원한 현상 하나 가지고 북남관계가 개선된다 만다 논할 가치나 여지도 없다.

D: 그보다는 알기로 내년에 남조선 대통령이 바뀌는데 그렇다 하면 북남관계가 0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변함이 없으니 결국 북남관계는 남조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그가 문재인의 정책을 계승할지 봐야 한다.

-북측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일방적으로 연락선을 끊었다. 이번에 복원에 합의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 연락통로를 통해 군사분계선 지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최소한 통보받자는 것으로 본다. 비상방역 문제나 최전연(최전방)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사태들을 협의할 수 있는 선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본 것 같다. 그리고 내년도에 대통령 선거로 최전연이 긴장될 수도 있으니 연락 체계는 갖춰놓고 있으려는 것으로 본다. 손을 내밀려고 한 것은 아니고, 남조선에서 통보받을 것은 통보받자는 차원이라고 본다.

D: 남조선과 관계 나빠서 좋을 게 있냐는 생각이 있어서 아닐까. 그래도 연락망이 아예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통로가 있다고 해서 당장 통일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통로 한두 개쯤 복원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남조선을 통해서 미국과 일을 하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반대로 남측이 연락선을 복원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 로케트(미사일) 안 쏘게 하려고 평화를 구걸하는 것으로 본다. 연락통로 통해서 우리에게 탈북한 사람들 데려가겠느냐 통보하고 계속 뭘 알려오면서 평화를 구걸하는 것이 남조선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에서는 적들의 대화 손짓에 절대로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고 교양하고 있다.

D: 건물을 폭파시키고 사람을 쏴죽이고 하니까 남조선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사건 사고를 최소한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남조선도 다 자기네 이익이 있고 그만큼 자기들이 바쁘니까(급하니까) 연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남북 정상이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모두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고 한다. 코로나와 관련해 남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C: 남조선에 코로나 심해 인민들이 죽어 나간다고 하니 일단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고, 여건이 되면 우리에게 코로나 왁찐(백신) 주사를 줬으면 좋겠다. 지금 격리시설에 있는 의진자들에게는 최소한의 먹을 것만 주고 치료는 못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남조선이 도와주면 좋겠다. 그러나 당에서는 대놓고 남조선에서 받으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D: 코로나를 떠나서 기본 약을 바란다. 지금 약이 하나도 없어서 다 아편을 구하고 있다. 약만 있으면 아편 쓰는 사람도 없을 테고 아편 쓰다 잡혀가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일도 없지 않겠나. 아편으로 끌려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다 약이 없어서다. 당장 아파서 죽게 됐으니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다. 남조선이 약을 주면 된다. 국경에서는 약이 없으면 중국 약을 썼는데 국경이 닫혀 그마저도 어렵다. 일단 사람이 살 수 있게 남조선이 약을 주면 좋겠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C: 개선을 바란다. 지금 자력갱생으로 살자고 하지만 수입자재로 돌아가던 공장들은 다 멈춰섰다. 그래서 다 농촌지원 나가 살다시피하고 절반은 부업지에 가서 농사짓고 있다. 공장이 돌아가야 인민소비품이 나오고 그게 장마당에 나와야 통화가 유통되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경제가 파탄난 것이다. 북남관계가 개선돼 남조선의 적극적인 원조를 받으면 좋지 않나 생각한다. 들어보니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온 남조선 자재들이 참 좋았다고 한다. 다른 나라보다 남조선에서 자재를 들여와 공장을 돌리고 해서 다 같이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경제가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들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당은 생각 없겠지만, 남조선하고 협력해 살길을 찾았으면 한다.

D: 바라고 있다. 국경이 닫히고 힘들어 보니 중국은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없이 꼭 대가를 바란다. 한민족인데다 경제적으로도 앞서 있는 남조선과 관계가 좋으면 외상으로 먼저 받을 수 있고, 그렇다면 우리도 배불리 먹고살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