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추방에 탈북민 사회 ‘뒤숭숭’… “북한 눈치보기” 지적도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해군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이들은 지난 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부의 북한 주민 추방조치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탈북민 사회에서는 해당 사안에 여러 문제점과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나포 닷새 만에 이들을 추방한 정부의 결정에 ‘북한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의혹 하나, 3명이 16명을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앞서 정부는 북한 주민 추방 결정과 관련,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 상당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선박은 크기로 보아 20명이 탈 만한 배도 아닐뿐더러, 어떻게 이들이 상처 하나 없이 16명을 살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11일 본지에 “공개된 선박 사진을 보니 5~6명이 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데, 범죄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거기서 어떻게 16명을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완전히 날조된 느낌이 들고, 정부가 북한의 코드를 맞추려 했던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 역시 “3명이 16명 죽였다는 자체가 일반적으로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보통의 계략이나 책략을 갖지 않고서는 총기도 없이 맨손으로 하기 힘든 일인데, (정부는) 그것에 대해 한마디 언급이 없으니 더더욱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의혹 둘, 귀순 의사를 보였음에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논란이 되는 또 다른 부분은 이들이 귀순할 의사를 보였음에도 정부가 추방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나포 이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이는 범죄 후 도피 목적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방조치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사안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명백히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경우이며, 이들을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근거는 동법 제9조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그들이 설사 범죄자라고 해도 대한민국 땅에 들어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변호할 권리,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회장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온 3만 명 이상의 탈북민 중에는 북한에서의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모두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서 처리됐다”며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을 강제 추방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급히 결정한 것은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봄으로써 지금까지 막힌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탈북민 사회 ‘뒤숭숭’… “청와대라도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실제 탈북민 사회는 정부의 북한 주민 추방 결정 이후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향후 누구든 정부에 의해 강제 북송될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호소하는 탈북민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성호 나우(NAUH) 대표는 “앞으로 누구라도 공권력에 의해 북한으로 갈 수 있다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탈북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고, 현재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탈북하려는 것에서도 주저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 대표는 “현재 탈북민, 특히 대학생들이 이 사건을 보고 ‘청와대라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북한으로 가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부가 모르지 않을 텐데, 한국 법률로 처벌받게 할 수 있음에도 북한에 바로 돌려보낸 것은 잘못된 선례이고 우리 헌법에 비춰봤을 때도 상당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