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진보’, 왜 이렇게 비겁한가?

▲ 필자 이두아 변호사(사진: DailyNK)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대북인권특사에 제이 레프코위츠(43) 전 백악관 국내정책 부보좌관을 ‘조용히’ 임명했다.

지난 7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인권법에 책정된 예산을 쓰는 첫번째 행사로 대대적인 국제회의를 성황리에 개최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백악관은 “레프코위츠 특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국제여론을 환기하고 인권개선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 관리는 “인권특사 임명은 지난해 10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후속조치일 뿐”이라며 “특사 임명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인권법상 발효 6개월 안에 임명토록 돼 있는 인권특사를 10개월만에 지각 임명했다. 임명 사실 발표도 주말인 금요일을 골라서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나 미국 언론은 곧 속개될 6자회담을 의식,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는 네오콘인 레프코위츠의 특사 임명은 6자회담 실패시 미국이 인권문제를 대북 압박카드로 동원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과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도 “부시는 탈북자 강철환씨를 40분이나 만날 만큼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한다”며 “그가 신임하는 레프코위츠를 특사에 임명한 것 자체가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反부시 진영, 북한인권에 목소리 높여

북한인권법상 대북인권특사는 북한과 접촉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레프코위츠를 상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레프코위츠는 9월 업무를 개시하면 우선 한국과 중국 정부 및 유엔 등과 접촉하며 간접적으로 북한 인권지원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직급상 ‘대사’에 해당되는 인권특사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직접 보고한다. 북한인권법은 2008년까지 매년 북한 인권개선 활동에 2,400만 달러까지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나 미국 행정부는 북한인권법상 자신들의 의무를 하나씩 이행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핸런과 크리스토프 같은 대표적인 반(反)부시 진영 사람들도 북한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구호단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그동안 ‘인도적 지원’에만 관심을 집중해 왔는데, 여기에 얼핏 상충돼 보이는 듯한 ‘인권’이라는 아젠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이제 좌•우나 진보•보수를 떠나 전국적 관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원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의 인권실상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최근 언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공개를 하게 되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탈북자 증언을 통해 본 북한인권 실태조사’란 제목의 보고서는 모두 170여 쪽 분량이다. 탈북자 5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자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인권위는 북한인권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남북관계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용역 보고서와 관련, 동국대 북한연구소 관계자는 “인권위가 안팎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왔다”며 “객관적인 판단 자료를 갖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이 보고서는 용역 수행기관의 연구결과이며 국가인원위원회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혀둡니다’라고 적혀 있다. 인권위 관계자도 “내부 참고자료일 뿐 인권위의 공식 보고서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문제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전 위원장인 김창국 변호사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세력기반인 시민단체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오히려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北 주민 생명이 천성산 도룡농보다 못한가?

UN인권위원회는 오래 전 “정치범 수용소와 자의적인 체포 및 구금 등의 문제를 제기”한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고, 탈북자 공개처형 등을 담은 동영상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유포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북결의안이 3년 연속 통과되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에 대해 기권이라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여기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시민단체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진보적 단체들은 왜 하나같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가?

필자는 올해 유엔인권위의 대북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제네바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신들의 활동상황을 발표하는 것을 유엔인권회의 본회의장에서 지켜보면서, <프리덤하우스>가 주최한 ‘북한인권 국제회의’를 지켜보면서, 필자가 품은 의문도 그러하였다.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진보적 단체들은 왜 하나같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가. 왜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가?

한국의 진보적 단체들은 “미얀마 군부가 가혹한 범죄행위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은 단기간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이에 침묵하고 오히려 군부에 협조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할 만큼 정보 수집력이 수준급이다.

또 천성산 도룡뇽이나 새만금 백합조개의 생존권 수호운동을 전개할 만큼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조직이다. 그러므로, 한국 진보시민운동 단체들이 이 보고서나 동영상 자료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았으며, 보고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그동안 알려진 것들이 대부분 사실과 부합하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도 북한인권에 관한 관심을 표명하고 북한인권 관련자들을 면담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시도가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부담스러워진 한국 정부가 국제 여론을 의식해서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만큼, 국가인권위원회나 진보적 시민단체의 관심도 당연히 쏠리게 되길 기대한다.

이두아/ 변호사(변협 북한인권위 위원 겸 ‘市辯’ 북한인권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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