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남도 안주탄광의 노동자들이 폭우로 인한 갱 침수와 붕괴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기업소가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 생산을 다그치면서 결국 참사가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근래 억수로 내린 비에 안주지구 탄광연합기업소 낮은 지대에 있던 3개 갱이 침수되고 무너지면서 12명의 탄광 노동자들이 참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벌어진 갱들은 장마철 폭우로 인한 침수와 붕괴로 작업 기재들이 폐기되거나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갱장들은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폭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기업소 측에 “갱 침수와 붕락으로 인명피해가 날 것이 우려된다”면서 “비가 많이 내리는 기간에는 노동자들을 갱에 들여보낼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업소 측에서는 “상반년도(상반기) 석탄 생산계획에서 안주탄광이 순천탄광에 뒤진다”며 “지금 형편에서는 시간이 석탄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어떤 조건에서도 생산을 멈출 수 없다”고 갱장들의 의견을 단호히 뭉개버렸다고 한다.
특히 기업소는 “1/4분기, 2/4분기 석탄 생산계획이 30%나 미달됐는데, 이는 낮은 지대에 있는 3개 갱들 때문”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국가계획을 수행하려면 불철주야해도 시간이 모자라니 가족들이 갱에 밥을 날라줘서라도 하반년도(하반기)에 계획들을 다 마쳐야 한다”고 오히려 더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업소의 태도에 결국 탄광 노동자 12명이 폭우 속에서도 갱에 들어가 작업했는데, 우려했던 대로 침수와 붕괴가 발생하면서 노동자들이 갱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기재들과 함께 잠겨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소식통은 “탄광은 이번 사고로 오히려 생산계획에 더 큰 차질이 빚어졌다”며 “현재 탄광은 피해 수습을 위해 우선 갱에서 나오지 못한 노동자들의 시신들을 찾아내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명피해가 났다는 사실이 상급에 알려지면 기업소 당위원장과 지배인 등 관련 일군(일꾼)들이 처벌받을 게 뻔하니 탄광에서는 어떻게든 소문이 나지 않게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사를 당한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기업소의 처사에 분노하면서 “도당과 중앙당에까지 신소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북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지난 주말부터 이주 초께 북한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실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9일 “여러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해안 일부 지역에는 센바람 주의경보가 내려졌다”며 “저기압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다음날까지 폭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은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폭우와 많은 비, 센바람에 의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개소들을 빠짐없이 찾아 시급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