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도 ‘군량미’ 풀었다… “겨우 맞춰 未지급분 식량 배급”

수도미·수입미 등 총동원해 3~7월치 배급 단행…다만 간부-일반 시민 차등 지급

김정은 현지지도
지난해 10월 조선인민군 제810군 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군량미 등을 풀어 평양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공급한 식량을 배급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양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7월까지 밀린 배급이 한꺼번에 나왔다”면서 “그런데 8월분은 아직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본지는 평양시 배급이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6월까지 3개월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김정은 체제의 진짜 위기수도 평양도 배급 3개월째 ‘0’)

이번 공급을 통해 미지급된 4~7월분 식량이 지급됐으며 8월분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는 이야기다.

북한은 평양을 혁명의 수도로 여기면서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 아사 시기) 기간에도 배급을 유지해왔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이어진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폐쇄가 평양의 식량 배급까지 영향으로 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직접 ‘평양시민들의 생활 보장 문제’를 별도 안건으로 논의했고 이후 개최된 내각 전원회의에서는 평양 시민들에게 양질의 주거환경과 생활용수,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중대 결정을 채택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내각의 중대 결정 이후 약 두 달여 만에 평양 시민들에게 배급이 재개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수확한 배가 22일과 23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배는 평양시 제2인민병원, 제3인민병원, 평양시구급병원을 비롯한 시 안의 병원과 상업봉사단위를 통해 시민에 공급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다만 북한 당국은 핵심 엘리트 계층과 일반 시민을 차등해 식량을 배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급에 필요한 만큼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중앙기관, 군, 안전부, 보위부, 검찰소, 재판소, 중앙대학 교원(교사)들까지는 본인 20일분을, 가족은 15일분을 입쌀과 강냉이(옥수수) 반반 섞어 줬다”며 “반면 일반 평양 시민은 10~12일분이 공급됐는데 그나마 강냉이 비율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량미(米)와 수도미, 수입미를 배합해 겨우 양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군량미는 2호 창고에 비축해 둔 군대용 전략물자를 가리킨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축해둔 물자를 총동원해 평양 시민들에게 배급해줬지만, 정량을 주지는 못한 상황인 셈이다.

주민들은 다소 부족한 공급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이를 대놓고 표현하는 건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연이은 자연재해와 원수님(김 위원장)의 심려 깊은 현지 지도도 이어지다 보니 배급을 덜 준다는 불평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며 “수도 사람들은 사상적으로 무장해 나라의 어려움에 함께 발맞춰야 추방을 면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은 평양시 제대 군관의 수도 거주권(평양시민증 취득) 충족 대상 복무 연한 기준을 30년에서 35년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농촌진출이라는 형식으로 평양 주민 중 일부를 추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평양시 식량 공급이 난항을 겪자 인구를 줄이기 위한 시도다.

이런 상황에 괜한 말로 꼬투리가 잡혀 본보기로 평양에서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입단속을 하는 것이다.

소식통은 “수도는 배급이 수십 년째 없는 지방보다는 낫기 때문에 항상 자각을 가다듬어야 한다”면서 “평양 시민들은 이런 때일수록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 시민들의 식량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처음에는 주변 구역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기근에 들었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중심구역에서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심구역 세대 중 햇강냉이 한 이삭으로 한 끼 때우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또한 주변 구역 산과 강에 밭을 일궈야 할지 고민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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