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진짜 위기…수도 평양도 배급 3개월째 ‘0’

3月 1인당 12일치 옥수수 배급 이후 '뚝'...소식통 "유입 인구 통제 조치까지 실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전체 주민이 아닌 ‘수도(평양) 시민 생활 보장’ 문제를 언급한 가운데, 내부 취재 결과 실제로 지난 2월 북한의 북중 국경 폐쇄 조치 이후 평양시의 경제 상황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 아사 시기) 때에도 끊기지 않았던 평양시 배급이 두 달 이상 나오지 않아 민심도 흉흉한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1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배급은 지난 3월이 마지막이었고, 6월 현재까지 3개월째 공급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당시 배급도 올 1, 2, 3월 세 달치를 한꺼번에 공급한 것으로, 1인당 한 달치를 12일분으로 계산해 쌀이 아닌 강냉이(옥수수)로 줬다.

군(軍)이나 당(黨) 등 국가기관엔 적은 양이라도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평양 일반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배급은 올 초부터 원활치 않았다고 한다.

당국은 미(未)공급의 원인을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제국주의자들의 봉쇄(대북 제재) 책동’ 때문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이는 내부보다는 외부에 책임을 씌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평양시 주민들은 이 같은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불만과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평양) 시민들 입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당 정치국 회의에서 고위급 간부들을 앉혀놓고 평양의 민생 향상 방안을 논의한 것은 당국도 평양 시민들의 경제적 불만이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평양 조차 하루나 이틀에 한 끼로 연명하는 세대가 늘고 있으며 산에서 나물을 캐서 나물밥을 해 먹는 주민도 적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국이 인민반을 통해 절량세대(식량이 완전히 떨어진 세대)와 식구가 많은 가정의 식량 상태를 조사 중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급이 끊긴 것에 대한 평양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당국은 최근 평양시 유입 인구를 통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양은 유출보다 유입하는 인구가 많아 해마다 총 배급량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회안전성 제8국(주민등록 사업 관장)이 지난 4월 시30호(평양시 중심구역)와 410호(주변구역)를 대상으로 시민증 없이 평양에 거주하고 있거나 혼인으로 평양에 올라와 살고 있는 지방 사람들에 대한 퇴거 명령을 내렸다”며 “평양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즉, 부부 중 한 명만 평양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다른 가족은 지방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편, 평양시 배급이 원활치 않자 주민들은 너도나도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뜸했던 ‘메뚜기장(비공식시장)’이 최근 성황하고 있다. 메뚜기장은 새벽 4시부터 출근 시간 전인 약 7시까지 3시간 가량 잠깐 열리는데 80% 이상이 식료품을 팔고 있다고 한다.

평양 시장 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에서 쌀이나 기름, 돼지고기 등이 유통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국경이 봉쇄되기 전인 1월과 비교하면 각 품목당 10~20% 이상 올랐다는 것이다.

실례로 올 1월 1일 평양 쌀가격은 1kg에 4350원이었지만 8일엔 4900원에 거래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나마 국경봉쇄 직후인 2월 중순에는 5630원까지 폭등했으나 당국이 단속과 함께 군량미까지 풀면서 쌀가격이 다소 안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량미도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이나 풀었다”면서 “군대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더는 군량미를 풀어 평양시 배급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